이름의 추억

Photo by Kim Dong Won

한때 파란 바닷물을 담아두었다가
햇볕으로 하얗게 하얗게 탈색하여
희디흰 소금으로 쏟아내던 소래포구의 염전에
누군가 이름을 남기고 갔다.
한 사람은 그 이름을 온전히 남겼으나
다른 한 사람은 이름의 끝자락만 남았다.
아니, 처음부터 그 이름은 끝자락만 그곳에 새겨진 것인지도 모른다.
사랑할 때 그들은 서로의 이름을 모두 부를 필요도 없었으리라.
그냥 그 끝의 이름자 하나만으로도
그를, 혹은 그녀를 모두 담을 수 있었을 테니까.
그렇게 모두에겐
그저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가슴의 설레임이 되는 시절이 있다.
그의 이름 가운데
한자만 떼어내 입에 머금어도
그를, 혹은 그녀를 모두 담을 수 있는 시절이 있다.
세월에 부대끼면서
우리는 그 신비롭던 이름의 추억을 잊어간다.
가끔 서로의 이름을 불러볼 일이다.
나직하게,
그의, 혹은 그녀의 모든 것을 그 이름에 담아.
때로 이름은 신비로운 것이어서
제 이름을 부르는 그 나직한 소리에
그간의 깊은 잠을 털어내고 옛추억을 일으켜 세울지 모른다.
어찌보면
잠자던 숲속의 공주를 일으켜 세웠다던 왕자의 입맞춤 보다 더한 마력이
우리가 부를 그 이름 속에 숨어있을지 모른다.
깊숙한 세월의 숲속에서 잠들어버린 우리의 사랑을 일으키며
우리들의 가슴에 다시금 이름 하나만으로 설레이던 그 옛 추억을 되살려 놓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니 가끔 나직하게 눈을 맞대고
서로의 이름을 불러볼 일이다.

Photo by Kim Dong Won

6 thoughts on “이름의 추억

    1. 에잉? 그럼 자기 자신의 이름을?
      나는 그냥 습관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부른다고 생각했지 뭐예요.
      역시 습관이란 무서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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