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엄청 추운가 보다.
눈에 들어오는 아파트에서
층층마다 보일러의 하얀 김이
쉴 사이 없이 피어오른다.
겨울엔 바깥 날씨가 추우면
사람들은 안을 더욱 따뜻하게 덥힌다.
온도로 보면
겨울엔 바깥과 안이
확연하게 선을 그으며 갈라선다.
바깥은 춥고 안은 따뜻하다.
겨울엔 바깥에선 살 수가 없다.
봄이 오고 날이 풀리면
어느 때쯤 바깥과 안이
어디에 있으나 같은 날들이 올 것이다.
바깥과 안이 모두 따뜻한 시절이다.
그때가 가장 좋은 계절이다.
여름에는 겨울과 정반대가 된다.
바깥이 더운 그 시절이 오면
사람들은 이번에는 문명의 힘을 빌어
더위를 방어하고 안을 시원하게 유지한다.
그렇긴 해도 여름은 얼마든지
바깥에서 살 수 있는 계절이다.
안이 좋긴 해도 그렇게 절실하진 않다.
안이 없으면 가장 가혹한 것이 겨울이다.
안과 바깥이 같아지는 좋은 시절을 향하여,
최소한 바깥에 있어도 살아갈 수는 있는 시절을 향하여,
보일러들이 마치 언손을 녹이는 입김처럼 하얀 김을 호호 내뿜으며
이 겨울을 넘어가고 있다.
2 thoughts on “보일러의 하얀 김”
아파트에 처음 이사와서 신기한 것 중 하나가 층층이 같은 간격으로 늘어선
보일러 코였는데, 요즘 이 친구들이 완전 대목이지요.
어제 함께해서 즐거웠습니다. 해가 지나 만나서들 그런지 더 반갑더라구요.
너무 오랫만에 만나서 그런지 아주 밤이라도 샐 기세던걸요.
분기별로 한번씩은 만나주어야 하는가 봅니다.
좋은 공연이나 전시회 좀 살펴보고
그런 것들 중심으로 모여도 좋을 듯 합니다.
좋은 음식에 좋은 분들의 자리 마련해주신 거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