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원 선생님 세상뜨신 지가
벌써 다섯 해가 되었다.
선생님의 제자들이 5주기를 기려 낭독회를 마련했다.
낭독회는 2월 2일 목요일 7시 30분에
홍대 입구에 있는 산울림 소극장에서 있었다.
제자들 뿐만 아니라
선생님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나도 가서 함께 했다.
준비가 있었다.
말그대로 소극장이어서
너무 작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임시 좌석을 30개나 더 마련했다고 들었다.
멀리 입구쪽으로 이번 낭독회를 위해 애를 쓴 이원 시인이 보인다.
출연을 하는 사람들은 오후 5시까지 모여 가볍게 리허설을 했다.
그냥 들어가고 나오는 순서를 맞춰보는 연습이었다.
무용을 맡은 두 분은 상당히 오래 연습을 했다.
낭독회장을 꽉 채워준 사람들이 있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는 바람에
30여 명 가량이 들어오질 못하고 그냥 돌아갔다고 들었다.
홍대 친구 매버릭이 바깥에 와 있었지만
사람들이 너무 꽉차서 나갈 수가 없었다.
낭독이 있었다.
오규원 선생님의 시를
시인과 소설가들이 낭독했다.
김행숙 시인이 선생님의 시를 읽고 있다.
시는 자주 접했지만 얼굴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낭독이 이어졌다.
안성호 작가가 선생님의 시를 읽었다.
그와는 트위터에서 만났다.
문학판에 잘 나가질 않다보니
트위터에서 만나 안면을 튼 그와의 만남이 더 반가웠다.
낭독은 또 계속되었다.
함민복 시인이 선생님의 시를 읽었다.
모두 12명의 시인과 소설가들이 선생님의 시를 낭독했다.
함민복 시인과는 오래 전 종로에서 한번 얼굴을 본 적이 있다.
강화에 산다는 소식을 듣고
몇 번 그의 집에 들렀으나 번번히 허탕을 쳤고
최근에 강화에 갔다가 그를 만났다.
그를 만난 뒤엔 전등사의 숲으로 가
나무가 된 오규원 선생님을 만나고 왔었다.
연주가 있었다.
시타라는 이름의 악기였다.
조연호 시인이 연주를 했다.
음들에서 네팔 냄새가 나는 듯했다.
그러나 악기는 인도 악기라고 한다.
악기는 단순히 음을 내는 것이 아니라
음 속에 악기가 태어난 곳의 냄새를 품고 다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타 연주 뒤에는 선생님의 산문에 대한 낭독이 있었다.
네 명이 돌아가며 낭독했다.
춤이 있었다.
선생님의 마지막 시를 주제로 삼은 춤이었다.
춤을 다보고 난 뒤
내가 시보다 더 어렵다고 하자
옆에 앉았던 김미월 작가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시가 낳은 춤이 마무리되자
시인이 셋이 추모시를 낭독했다.
회고가 있었다.
문학비평가인 황현산 선생님이 늦게 등단하여
선생님과 맺게 된 인연과
재미난 일화를 소개해 주었고
선생님의 시 한 편을 읽어주었다.
문학비평가인 김사인 선생님과 김기택 시인이
선생님에 대한 추억을 돌아보는 자리에 함께 했다.
인터넷 세상과의 인연이 있었다.
트위터에서 오규원봇(@OGyuwon_bot)을 운영하고 있는 황승식(@cyberdoc73)님이
오규원봇을 만들게 된 계기를 말해주었고
선생님의 시 한 편을 낭독해 주었다.
시인과의 만남이 있었다.
낭독회가 끝나고 마련된 술자리에서
이진명 시인을 만났다.
정말 오래간만의 만남이었다.
나는 그의 두번째 시집 『집에 돌아갈 날짜를 세어보다』의 해설을 쓰며
그와 인연을 맺었고,
오래 전 그를 만났을 때 그는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파릇하던 젊은 시인이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었다.
조용미 시인도 만났다.
언젠가 『현대시』라는 시잡지에
그의 두번째 시집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시인은 글의 제목이 아주 독특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모든 자리에
내내 오규원 선생님이 있었다.
“아무 것도 말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말하는
날 이미지의 시”를 꿈꾸었던 시인은
지금은 우리 곁의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지만
이제 우리 모두의 마음 속 어디에나 있었다.
사람들이 모여 그 마음 속 오규원 시인을 꺼내놓았고
그러자 세상 도처의 어디에나 선생님이 있었다.
선생님과 함께한 2월 둘째날의 하루 저녁이 행복했다.
4 thoughts on “오규원을 읽고 춤추고 추억하다 – 오규원 시인 5주기 낭독회”
크~
햐~
요즘 오규원 선생 시 전집 사다가 다시 보고 있었는데요….
좋은 모임이었네요….
우리도 김주대 시인 낭독회 한번 할까요?
우리끼리 모여서 말예요.
오 선생님 오주기에 시인과 문인들이 많이 모이셨군요.
시를 잘 모르는 제가 이름 들어본 시인은 오 선생님과 함민복 시인밖에 없네요.^^
전 얼굴은 처음봐도 이름은 낯이 익은 시인들이 많더라구요.
시평으로 미리 인연을 맺어둔 시인들이 많아서 더욱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