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과 틈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2월 7일 서울 남한산성의 마천동쪽 계곡에서

겨울이
바늘끝만큼 미세한 벽의 틈새로
몸을 숨겼다.
햇볕이 용케도 알고 찾아와
이제 떠나야할 시간이라며
조용히 벽을 두드리며
겨울을 불러냈다.
겨울이 숨어있던 자리를 따라
눈물 자국이 번졌다.

4 thoughts on “겨울과 틈

  1. 균열,
    그 아픔의 흔적.
    세월로도 막을 수 없는 사랑의 균열은
    또 어이하리야.

    화선지에 먹물 번지듯,
    천천히 배어오는 어둠속에
    먼 산 잔설은 새하얀데

    누구신가, 이 밤
    빛바랜 동양화 한 점 남겨놓고
    떠나는 그대는…

  2. 떠날 준비를 하는 게 꼭 꼬리 자를 도마뱀 흔적 같습니다.^^
    입춘도 지나고 경칩 다가오건만, 막바지 추위가 저항하는 게 만만치 않은데요.

    1. 남한산성으로 올라가는 입구의 벽에 물기 자국이 여기저기 보이더라구요.
      땅이 녹을 때가 위험하다는데 아직 산의 그늘쪽은 여전히 겨울이긴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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