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잔뜩 술에 취하자
그에게서 엄마에게 관심받고 싶어 사고를 치던
어린 시절의 그가 튀어나왔다.
입을 나오는 말들이 거칠어졌고
바로 앞의 사람을 가리키는 손끝에선 불량기가 흘렀다.
함께 있던 술 자리의 세 여자가
모두 그 어린 아이를 달래느라 곤혹스런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한 여자는 결국 속이 상해 눈물을 내비쳤고
(아이가 불량스러우면 엄마는 그것만으로 속이 상한다)
한 여자는 아이를 나무라듯 그의 머리를 몇 대 쥐어박았으며
한 여자는 그래 무슨 얘기든지 다 해보라는 듯
그와 눈을 맞추고 계속 얘기를 들어주었다.
그의 술자리엔 그때부터 엄마가 셋이었다.
여자 셋이 엄마가 되어 있는 동안
나는 그저 속수무책이었다.
여자 속에는 엄마가 있었으나
내 속에는 엄마가 없었다.
속에 엄마를 가지지 못한 자는
때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술에 너무 취하면 사람이 헷갈린다.
가끔 술에 취하면 그의 안에서
뜻밖의 그가 불쑥 우리 앞에 얼굴을 내밀기 때문이다.
그의 안에서 불려나온 뜻밖의 그가
술이 불러낸 아득한 그의 어린 시절,
그의 몸에 새겨진 상처와 그 상처의 비명인지,
아니면 술이 만들어내 그를 집어삼킨
그도 알지 못하는 짐승인지 우린 알 수가 없다.
술에 취한 그가 어린 시절의 상처이면
그 상처를 어루만져 주어야 하지만
술이 만들어낸 짐승이라면
그 짐승을 패서 몸밖으로 내쫓아야 한다.
사랑할 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으면
삶은 쉽게 풀린다.
하지만 삶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질 않다.
종종 마음의 사랑은
정반대의 말이 되어 바깥으로 드러난다.
그 순간 “같이 있고 싶어”라는 마음이
“꺼져버려”라는 말로 튀어나간다.
그런 경우 말로 마음을 짐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로 “사랑해”라는 말도
마음의 거짓을 가리는 정반대의 말이 되기도 한다.
그때 말로 마음을 믿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사랑한다면
말은 중요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시인을 만나다보면
종종 시인도 용납하기 어려운 짓을 저지르기도 한다.
특히 술자리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
그래도 나중에 시를 읽으면 시인이 용납이 된다.
시인의 시는 용납하기 어려운 짓을 저지른 시인의 면책특권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인이 아니라 시인의 시가 용납하기 어려운 짓을 저지르면
그때는 시인을 용납하기 어렵다.
때문에 시인은 용납하기 어려운 짓은 가끔 해도 되지만
용납하기 어려운 시를 쓰면 그것으로 끝장이다.
시인이 가장 경계해야할 일은
용납하기 어려운 일을 저지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용납하기 어려운 시를 쓰는 것이다.
그게 아니면 시인은 어떤 짓을 해도 어느 정도 용납이 된다.
국회의원도 갖지 못하는 시인만의 면책특권이다.
7 thoughts on “술자리 뒤끝의 몇 가지 생각”
다섯 분의 시선, 표정이 조금씩 다른 게 재밌네요.
시인의 면책특권에 따르는 엄중한 예외조항에 공감과 경의를!
낮 12시에 만났는데 밤 12시까지 술을 마셨으니 말 다했죠, 뭐.
술집이 문닫을 시간이라고 내쫓아서 그랬지 그렇지 않았으면 날밤을 샜을지도.. ㅋㅋ
국회의원들은 면책특권이 철면피한 권위의식을 키우지만 시인의 면책특권은 시를 낳죠.
아이고…저게 저라요?
완전 맛이 갔네요….ㅎ
아이고 실수가 많았습니다. 이거 참 도토리님한테도 미안코….ㅎ
그럼
담에 또 봐요….ㅎ
도토리님한테 욕좀 얻어드시고.. 퉁 치시길요. ㅋㅋ
벌써 욕 마이 얻어먹었어요…ㅋ
하이고… 제가 뭐라고 감히 천재시인님을 욕을 합니까요?ㅎㅎ
다 술자리에서 흥에 겨워서 있었던 일들..ㅎㅎ
다 좋은 분들이어서 정말 즐거웠어요
하루 종일 만나서 술 자리를 여러번 옮기고 산도 다니고
이게 얼마나 좋은 재미인지요?
뜻이 맞으니 그럴 수 있으니..우린 다 너무 어울려요 ㅋㅋ
시인님은 앞으로는 면책특권인 시를 더욱 열심히 쓰시겠네요!^^
풍경님이 참 좋은 친구 두었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