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딸기가 열리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2월 25일 우리 집 베란다에서

올겨울엔 한겨울인데도
베란다의 화분에서 꽃이 피었다.
가장 먼저 꽃을 피워 우리의 눈길을 끈 것은 딸기꽃이었다.
뽀얀 우유빛 얼굴이었다.
그러더니 고양이 시금치가 노란꽃으로 그 뒤를 잇고
최근에는 게발선인장이 붉은 빛의 화사한 꽃으로
거의 겨울꽃의 유구한 전통을 세우는 듯 싶었다.
겨울에 꽃을 접할 수 있었던 것은
베란다의 두꺼운 유리창 덕택이다.
유리창은 바람을 막아주고 햇볕만 들여놓으면서
베란다에 온실효과를 선물했다.
햇볕이 좋은 날엔 베란다에 나가 있으면
잠시 봄날이 그곳에 놀러와 있는 느낌이었다.
꽃이 피면서 가장 기대를 갖게 한 것은 딸기꽃이었다.
딸기꽃은 곧 딸기가 열린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2월에 처음으로 얼굴을 내밀었던 딸기꽃은
계속 꽃을 피우기는 했지만
새해가 되어 1월 한달이 지나가는 동안
딸기는 전혀 우리 눈에 보여주질 않았다.
역시 겨울에 열매까지 맺는 것은 무리인가 싶어지면서
딸기에 대한 기대가 서서히 접히고 있었는데
드디어 딸기가 열리기에 이르렀다.
그것도 아주 큼지막한 것이 열렸다.
이제 막 영글기 시작한 것도 여러 개 보인다.
한꺼번에 익으면 한 접시 담아낼 수 있을 듯 보일 정도이다.
딸기꽃은 계속 피고 있다.
올봄은 딸기맛이 나는 봄으로 시작될 듯하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2월 25일 우리 집 베란다에서

4 thoughts on “드디어 딸기가 열리다

  1. 딸기가…좀….시게 생겼다….ㅋㅋ 이거 무공해 딸기?
    전 어릴때부터 딸기벌레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ㅋㅋㅋ
    잘지내셨어요?

    1. 딸기가 시게 생겼다구요? 시 개? 세 개가 아니라 한 다섯 개 되는데.. ㅋㅋ
      우리 집의 딸기가 익어가는 시절이 오면 뜰기님이 우리 집으로 왕림해 보소서. 하나는 남겨놓을 터이니.

  2. 신기하기만 합니다. 베란다에서 딸기꽃에 이어 딸기까지 송송 자라는 걸 보니
    화분 원예가 회분 농사로 업그레이드 되는 것 같네요. 딸기 수확해 상큼한 맛도 꼭
    전해 주실 거죠?^^

    1. 맛을 또 어떨지 모르겠어요. 예전에 방울 토마토를 이렇게 화분에서 키워서 열릴 때마다 따먹은 적이 있는데 정말 꿀맛이었거든요. 아직 바깥 기운이 쌀쌀한데 이럴 때 따먹는 딸기니까 더 맛있을 듯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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