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함께 동네를 여기저기 어슬렁거리고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딸아이가 6년 동안 다닌 초등학교 등하교길을 따라 가다
우성아파트를 넘어 천호초등학교로 가는 길목의
한 허름한 가게에서 발길을 멈추었다.
오래된 듯 보이는 가게였다.
그녀가 이런 가게는 한번 들어가보고 싶지 않냐며
슬그머니 문을 열고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수수한 모습의 아주머니 한분이 계신다.
그녀가 사진찍으러 돌아다니다가 봤는데
아이들이 수시로 드나든다고 했다.
우리가 따뜻한 음료를 한잔 마시는 동안
한 무리의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나갔다.
가게 안에는 연탄 난로가 따뜻한 온기로 안을 덥혀주고 있었다.
이제는 오래 전의 추억이 되어버린 줄 알았던 연탄 난로가
그곳에선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갑자기 마음이 따뜻해진다.
가게 안의 온기야 풀린 날씨 덕이 크겠지만
마음을 덥혀준 것은 연탄 난로가 간직해둔 추억의 온기였을 것이다.
나오다 힐끗 쳐다보니 가게 이름 「OK 365일 편의점」이다.
수수한 모습과 달리 이름은 상당히 거창하다.
가게를 나와 길을 건넌 뒤
암사동 쪽에서 이것저것 눈에 들어오는대로 사진을 찍었다.
그러다 걸음은 암사시장에 이르렀다.
그녀가 다시 한 가게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가게의 안주인이 안에서 바깥의 그녀를 보고 인사를 한다.
며칠전 사진찍으러 나왔다가 안면을 텄단다.
센베 과자를 파는 집이다.
추억의 과자이다.
그녀가 들어가서 과자 한봉지를 샀다.
오랫만에 먹어본다.
또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간판을 힐끗 쳐다보았더니 「2002 아울렛」이란 거창한 이름이 붙어있고
그 이름 아래 작은 글씨로 의류전문매장이라고 설명을 덧붙여 놓았다.
아마도 처음에는 센베가게가 아니었나 보다.
오래된 옛것은 새것에 밀려나 추억이 된다.
새롭고 현대적인 것은 세련미가 넘치지만
이상하게 온기가 없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반면 오래된 것들은 촌스럽긴 하지만
따뜻한 온기를 갖고 있는 느낌이다.
오랜 세월은 옛것에 차곡차곡 축적되면서
따뜻한 온기로 발효가 되는가보다.
오랜 옛것의 추억을 따뜻하게 더듬으며
함께 산지 상당히 오래된 그녀와 함께 동네를 거닐었다.
10 thoughts on “추억의 온기”
아 그립당…이제 난로가 필요없는 봄이 진짜 올듯 말입니다.
낮에는 완연한 봄이라 문도 열어두는데
저녁 때만 되면 쌀쌀해서 잠깐씩 보일러를 틀고 있어요.
올해는 봄맞이 단단히 합시다.
어디 야외에 나가서. ^^
네 네… 오래된 것… 센베..연탄난로..그녀
다 좋아 보입니다..^^
이름은 정말 상상 밖의 이름인데요…센베 가게는
전의 간판을 떼지 않아서 겠지만요
그래요 이름이 갖는 어감만으로도 썰렁하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한데..연탄난로에 앉은 그녀는 참 그날 좋았을 듯해요…^^ 언니…
간판 글씨체는 또 얼마나 촌스러운지요.
하지만 그런 촌스러움이 오래된 것들이 매력인 듯 싶어요.
그녀는 요즘 사진 배우는데 재미들려서
아주 즐겁게 살고 있어요.
포님 가게라고 할 만큼 썩 잘 어울려 보입니다.^^
근데 왜 센베 과자나 즉석 과자 앞에는 늘 고급이란 말을 붙이는 걸까요?
돌아다니면서 여러 군데 개척해 놓았더라구요.
친화력이 좋아서 어딜 가나 말을 잘 붙이면서 들어가요.
아, 요 센베 과자가 수출까지 하는 거라고 자부심이 대단하긴 했어요. ㅋㅋ
수출이 아니라 고국으로 간만에 들어오시는 분들이 꼭 들러서 몇봉지씩 사가기도 하고
직접 외국에서 주문도 들어와서 보내주기도 한다고 자부심이 대단한 부부더라구.^^
나한테는 수출도 하는 센베라고 자랑하더라구 하시더니.. 오늘은 아주 상세하게 전하시는 구만.
앗, 반가운 얼굴이 보이네요. 연탄난로 곁에 앉으신 분 ^0^
얄라님은 이미 드가셨네요, 쩌어기로요.
다시 봄부터 우리 시작해 볼까요? 서로 여기저기 또 저어기 흩어져 있지만, 있는 그대로 모습으로 사철을 건너가 봅시다,
두 분께서도 즐거이 다니시는 한 해 시작이시길요~
여름 방학 때 들어온다고 하니까 그때 반갑게 만나야죠, 뭐.
오블 친구들하고 가기 전에 얼굴봐야 하지 않냐고 했더니 너무 바빠서 시간을 낼 수 가 없다고 하더라구요.
중국으로 한번 놀러갈 생각이예요.
안느님도 행복하고 즐거운 일들을 굴비 엮듯이 엮어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