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살고 있는 집의 베란다로 나가보면
바로 앞의 아파트 옥상이 보인다.
이 아파트 건물의 옥상에는
환기통 두 개가 설치되어 있다.
원래 이 환기통의 용도는
건물 안에 고여있던 탁한 공기를 빼내고
신선한 바람을 집어넣어 주는데 있었을 것이다.
이 환기통은 그 기능을
아주 잘 수행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 용도로 보면 건물이 다르니
내가 사는 곳에선
아무 쓸모가 없을 것 같지만 그렇질 않다.
이 환기통은 우리 집에선
아주 성능좋은 풍속계이다.
기분좋게 산들바람이 불 때면
아주 여유있게 돌아가며
오늘은 옷을 좀 얇게 입어도 괜찮을 것이라고 일러준다.
환기통이 정신없이 돌아가는 날엔
아무리 날씨가 좋아도 옷을 좀 두껍게 챙겨 입어야 한다.
환기통이라고 모두
이런 뜻밖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베란다에서 내다보면
이곳 말고도 건물 옥상으로
여기저기 환기통이 눈에 띄지만
바람이 불어도 돌아가질 않고
다들 멈춘 상태로 꼼짝을 하지 않고 있다.
시선을 좀 멀리 가져가면
키가 큰 나무들이 가지를 흔들어
바람의 속도를 알려주기도 하지만
나무들의 움직임은 미세하여
바람의 세기가 잘 파악이 되지 않을 때가 많다.
그에 비하면 이 환기통은
작은 바람에서 강한 바람에 이르기까지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며
바람의 속도를 매우 정밀하게 알려준다.
그래서 앞집에선 환기통이지만
우리 집에선 성능좋은 풍속계이다.
4 thoughts on “환기통의 용도”
환기통, 고놈 두루두루 쓸만한데요.
저도 에상치 못한 뜻밖의 서비스였습니다. ㅋㅋ
아… 어떤 사물도 동원님에게 다가서면 의미를 부여 받고
기운이 나네요
풍속계라….음… 멋집니다
옷의 두께를 정해 주는 똘똘이군요!^^
두루 두루 좋은 벗과 함께 하시는 동원님 화이팅요!~~~ㅎ
흙에서 연인을 일으켜 세우는 도토리님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