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강변의 밭둑을 거닐다
배추 한 포기를 만났다.
알차게 채웠던 속을
주저없이 싹둑 잘라 우리에게 내주고
겨우 밑동에 붙은 겉잎만 남겼다.
배추는 남은 잎을 둥글게 펼쳐놓았다.
속만 빼간 우리들이 야속할만도 하건만
남은 잎을 팔처럼 펼쳐놓고
소매끝이 다 닳도록
겨우내내 춤사위를 이어온 모양이다.
가진 것을 다 내주고도
춤으로 남겨진 배추의 흥은 어디서 온 것일까.
궁금증으로 한참 동안 걸음을 멈추고 선 내게 배추가 말한다.
‘내 속을 가져다 김장으로 버무리고
그 김장으로 겨울난 너희의 맛난 한철 행복이
바로 우리의 흥이 되었지.
네게 주지 않았다면 아마 그 맛난 속도
봄이 왔을 때쯤 썩어 문드러져 버렸을 테니
그 속을 내내 내가 고집했다면
지금쯤 그 속은 나의 후회가 되었을 거야.’
배추는 봄이 되면 후회가 될 속을 우리에게 내주고
우리의 겨울 행복을 챙겨준 기쁨으로 춤을 얻었다고 했다.
야, 이 세상의 욕심많은 자본가들아.
배추한테 좀 배워라.
나누면 기쁨이 되는 것을
어찌 끌어안고 내 놓을 줄을 모르냐.
그렇게 혼자 끌어안고 축재를 한 돈이
결국은 탐욕과 퇴폐로 썩어 너희의 목숨을 좀 먹으리라.
4 thoughts on “배추의 춤”
아… 남겨진 배추 이야기 멋집니다*^_^*
신기하게 저렇게 춤추는 모양이 하나 있더라구요.
두물머리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많이 얻는 듯 싶어요.
배추에게 이런 숨겨진 흥이 있었는진 몰랐네요.
이 춤사위가 끝나면 또 다시 묻혀 또 다른 흥을 피어올리겠구요.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요렇게 춤사위를 펼친 녀석을 운좋게 발견했습니다.
농민들이 이곳에 있는한 봄마다 새로운 흥이 시작될 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