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들이 모두 감옥에 갇혀 있는 나라가 있었다.
사람들은 그 나라를 사전의 나라라고 불렀다.
그 나라에선 말들이 뜻의 감옥에 갇혀 있었다.
말들은 나라에서 정해준 뜻의 경계 속에 갇혀 있었고,
그 경계를 벗어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었다.
그 나라에서 ‘날개’라는 말은 새들의 것이었다.
나라에선 그 말의 뜻을 “새나 곤충의 몸 양쪽에 붙어서
날아다니는 데 쓰는 기관”을 지칭하는 것으로 제한했고,
오직 새들에게만 그 말의 사용권한을 주었다.
날개라는 말을 새들에게만 사용하도록 했던 그 규제는 아주 오랜 기간 지속되었다.
변화가 생긴 것은 새로운 문명이 등장하면서부터 였다.
그 전까지 하늘을 나는 것은 새들의 특권이었으나
어느 날부터 쇳덩이로 된 육중한 몸을 공중으로 들어올려
엄청난 굉음을 내뿜으며 하늘을 날아다니는 괴상한 물체가 나타났고
사람들은 그 괴물체를 가리켜 비행기라 불렀다.
그때부터 비행기에게도 ‘날개’라는 말의 사용이 허가되었다.
날개라는 말의 뜻엔 이제 ‘공중에 잘 뜨게 하기 위하여
비행기의 양쪽 옆에 단 부분’이란 의미가 포함되었다.
나중에 ‘날개’라는 말은 선풍기에게도 그 사용 권한이 주어졌고
식물의 씨앗 중에서 바람을 타고 날아갈 수 있는 것들도
그 사용 권한을 받아내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여전히 날개라는 말의 뜻은 소수에게 독점되어 있었으며
소수가 독점한 말은 그 몇 가지의 뜻에 갇혀
그 이외에는 어디로도 눈을 돌릴 수 없는 수인의 몸으로 지내야 했다.
감옥의 말들은 모두 숨이 막혔다.
세상의 말들은 모두 자유를 얻고 싶어했다.
인간들이 질서를 이유로 말들의 뜻을 규제하는 세상을 벗어나
전혀 뜻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뛰놀 수 있는 혼란스런 삶을 살고 싶었다.
그때 그 나라의 바깥에서 말의 탈주를 돕고자 하는 무리들이 나타났다.
시인이라 불리는 반란의 무리였다.
그들은 시의 나라를 만들고 그곳을 말들의 망명지로 삼았다.
쥐도 새도 모르게 말의 감옥으로 잠입하여
하나하나 감옥에 갇힌 말들을 그들이 마련한 망명지로 탈출시켰다.
적어도 그 망명지에서 만큼은 이제 말들은 모두 자유였다.
어떤 뜻도 말을 규제하지 못했고
자유로워진 말들은 날개를 달고 짐작할 수 없는 뜻을 여기저기 흩뿌리며
자유롭게 세상을 날아다녔다.
말이 자유로워진 말들의 망명지, 그곳이 시의 세상이었으며,
시의 세상에선 날개는 더 이상 새나 비행기, 선풍기,
아니면 바람에 날 수 있는 씨앗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말이 자유를 찾은 세상에서 바람은 온통 날개로 이루어져 있었다.
바람이 그 날개를 휘저으며 하늘을 날 때 바람이 일었고,
날개를 접고 잠시 쉴 때 바람이 잤다.
말이 감옥을 탈출하여 자유를 얻은 세상,
그 말들의 망명지에서 말들은 시인들과 손을 잡을 때마다 새롭게 뜻을 얻었고
어디에도 말의 뜻을 규제하는 구속은 없었다.
그곳은 말들의 무정부 세상이었다.
자유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종종 그 세상으로 건너가
자유로워진 말들과 함께 놀곤 했다.
“중심을 지운 것들은 전신이 날개”가 되고
그리하여 “돌들도 새처럼” 날 수 있는 놀라운 자유의 세상이었다.
**본문의 싯구절은
시인 이원의 시 「중심을 지운 것들은 전신이 날개다」에서 인용되었으며
인용된 시는 다음 시집에 수록되어 있다.
이원 시집,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 문학과지성사, 2007
2 thoughts on “말의 감옥, 말의 탈주”
시인 만세!
저도 망명지에서 자유로운 말들과 놀게 해준 시인들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