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최근에 산 아이맥을 집으로 들고 왔다. 최근의 아이맥은 모두 라이언이라 불리는 맥 OS 10.7이 깔려 있다. 이 최신의 운영체제는 빠르고 좋기는 한데 여기서는 전혀 돌아가지 않는 프로그램이 있다. 문제의 원인은 로제타(Rosetta)이다. 라이언의 바로 전 버전인 맥 OS 10.6, 즉 스노우 레오파드는 로제타라는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이 프로그램은 일종의 에뮬레이터로 PowerPC용으로만 나온 프로그램을 인텔 버전의 맥에서도 돌릴 수 있도록 해준다. 하지만 라이언은 로제타를 지원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PPC 버전의 맥용으로만 나온 프로그램은 더 이상 라이언에서 돌릴 수가 없다. 그래서 아이맥을 들고온 사람은 자신의 맥을 이전 운영체제인 스노우 레오파드로 다운그레이드시키고 싶어했다.
문제는 이게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맥은 일단 최신의 OS가 깔려서 나오면 그 이하로는 돌아갈 수 없도록 되어 버렸다. 그러니까 깔려나온 OS보다 더 상위 버전의 OS는 쓸 수가 있어도 그것보다 하위 버전의 OS는 깔 수가 없게 되버렸다.
라이언이 깔린 최신의 아이맥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 우선 이 아이맥은 부팅 DVD가 없다. 맥 OS DVD란 것이 아예 없다. 굳이 OS를 구입하려면 USB 스틱으로 나온 것을 구입해야 한다. 그런데 어디서 구입하는지 잘 알 수가 없다. 처음에 그냥 라이언이 깔려서 나온다. 망가지면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싶기도 하지만 절대로 망가질 일은 없을 것이란 자신감으로 보이기도 한다.
일단 몇 가지 시도를 해보았다. 모두 실패한 시도이다.
1. 스노우 레오파드(10.6) 디스크로 부팅해보기 – DVD를 넣고 키보드의 C자를 누르고 있는 방법으로 부팅을 해보았으나 곧바로 커널 패닉 발생.
2. 스노우 레오파드 디스크 중 다소 최신 버전인 10.6.3 리테일 디스크로 부팅해보기 – 커널 패닉은 발생하지 않았으니 띵띵거리는 소리가 계속 나면서 진행이 되지 않았다.
3. 스노우 레오파드 디스크 중 상당히 최신 버전인 10.6.7 디스크로 부팅해보기 – 설치 화면이 나타났으나 이 맥에는 깔 수 없다고 나왔다. 이 디스크는 인터넷에서 구한 것으로 맥북 프로 구입자가 이미지를 떠서 올려놓은 것이었다. 그걸 받아서 구운 뒤에 해봤으나 되질 않았다. 아이맥용이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그러나 아이맥용의 10.6.7 디스크는 구할 수가 없었다. 요즘은 인터넷을 뒤지면 없는게 없는 편인데 이건 구할 수가 없었다.
4. 스노우 레오파드의 외장 백업으로 복원해보기 – 이를 위해 먼저 스노우 레오파드를 외장 하드에 설치한 뒤 10.6.8까지 업데이트를 한다. 이를 타임머신을 이용하여 또다른 외장하드에 백업한다. 새로운 아이맥을 10.7.3 디스크로 시동한 뒤 타임머신의 백업을 이용하여 복원하기라는 기능으로 10.6.8을 깔아보려 했으나 다른 아이맥에서 설치한 시스템이라면서 복원을 거부.
결국 간편하게 깔아보고자 한 시도가 모두 실패하여 두 대의 맥을 연결하는 방법으로 다운그레이드를 해야 했다. 그 과정을 정리해 놓는다.
준비물
1. 아이맥 2대. 스노우 레오파드(10.6) 디스크로 시동이 되는 아이맥 1대. 스노우 레오파드를 깔아야 하지만 현재 라이언이 깔려있으며 라이언 디스크로만 시동이 되는 새로운 아이맥 1대.
2. 화이어와이어 800 케이블. 맥 사용자들은 화이어와이어 800이라 부르지만 용산에선 1394B 케이블이라고 해야 알아듣는다. 양쪽 모두 9핀으로 되어 있는 케이블을 구입해야 한다. 1m 정도짜리가 8,000원 정도. 인터넷으로 구입해도 된다.
3. 라이언 디스크. 원래 이런 디스크는 없다. 그렇지만 현재 맥 OS 10.7.3 디스크가 인터넷에 떠돌아다니고 있다. 누가 만들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알아서들 구해야 한다. 새로운 아이맥을 파티션하고 OS를 두 개 깔아두려면 이런 디스크가 필요하다. 내 생각에는 새로운 아이맥에는 라이언을 까는 것이 좋다. 속도가 상당히 빠른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스노우 레오파드에서만 돌아가는 프로그램을 잠깐씩 쓰려면 동시에 스노우 레오파드도 필요하다. 따라서 새로운 아이맥은 라이언 디스크를 이용하여 시동한 뒤 내장 하드를 3개 정도로 파티션해주는 것이 가장 이상적으로 보인다. 라이언을 깔아야 하는 파티션은 300기가가 적당할 듯하며, 스노우 레오파드는 50~100기가면 충분할 듯하다. 스노우 레오파드의 운영체제만 깔면 10기가가 넘어가질 않는다. 나머지는 작업용 공간으로 잡아주면 될 것이다. 운영체제가 깔릴 파티션은 모두 GUID 방식으로 포맷해야 한다.
4. 스노우 레오파드 디스크. 10.6.3 리테일 디스크가 가장 좋은 듯하다.
5. 외장 하드 디스크 2개 또는 16기가 정도의 USB 스틱 2개. 굳이 외장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내장 하드를 건드리면 번거로울 것이 뻔하다. 안의 파일들과 뒤섞이면 골치 아파진다. 그러니 외장 하드나 용량이 넉넉한 16기가 정도의 USB 스틱 2개 정도면 작업이 원할할 듯 싶다. USB 스틱은 16기가 짜리의 경우 1만5천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 나는 외장 두 개를 이용했다. 두 개의 외장은 모두 USB로 연결했다.
설치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새로운 아이맥을 라이언 디스크(10.7.3)로 시동하여 파티션을 3개로 나누고 각각의 이름을 정한다. 이때 모든 파티션은 GUID 방식으로 포맷한다. 여기선 구별하기 쉽게 SL HD, Lion HD, Work HD로 하기로 한다. Lion HD에 Lion을 설치한다. 그냥 스노우 레오파드만 깔아서 사용하고 싶다면 원래 깔려있는 그대로 두면 된다.
2. 옛날 아이맥에 스노우 레오파드 디스크(10.6.3)를 넣고 시동하여(시동할 때 C자를 누르고 있으면 된다) 외장하드를 GUID 방식으로 포맷하고 스노우 레오파드를 깐다. 깔고 난 뒤 재시동하여 방금 OS를 설치한 외장하드로 부팅한다. 부팅한 뒤 10.6.8까지 최신의 OS로 업데이트를 한다.
3. 유틸리티 폴더 속에 있는 디스크 유틸리티를 이용하여 시스템이 깔려있는 외장하드의 권한 복구를 한번 해준다.
4. 백업용 외장 하드를 연결한 뒤 Time Machine을 이용하여 10.6.8로 업데이트한 스노우 레오파드를 백업한다. Time Machine의 제어판에 보면 “메뉴 막대에서 Time Machine 상태보기”라는 옵션이 있는데 이를 체크하면 Time Machine의 상태가 오른쪽 상단에 들어온다. 이 상태보기 아이콘을 누르면 “지금 백업”이라는 항목이 있는데 이를 선택하면 곧바로 백업이 시작된다. 이때 주의해야할 것은 스노우 레오파드가 깔린 외장하드를 제외하곤 모두 백업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냥 기본값은 컴퓨터에 연결된 모든 하드를 백업하도록 되어 있다. 제외는 Time Machine 제어판의 옵션 버튼을 누른 뒤 다시 +를 눌러 제외할 하드를 추가하면 된다. 백업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 이런 작업을 할 때 Time Machine은 꺼져 있는 상태로 작업을 하도록 한다.
5. 두 대의 아이맥을 화이어와이어800 케이블로 연결한다.
6. 새로운 아이맥의 시스템 환경설정으로 들어가 시동 디스크를 선택한 뒤 “대상 디스크 모드”를 눌러 재시동한다. 그러면 새로운 아이맥이 시동된 뒤 화이어와이어 마크가 들어와 화면에서 떠돌아 다닌다. 계속 그대로 둔다.
7. 예전 아이맥으로 돌아와 외장에 스노우 레오파드를 깔 때 사용했던 디스크를 넣고 다시 그 디스크로 재시동한다. 설치 화면이 들어오고 진행하다 상단에 메뉴가 들어오면 그 중에 유틸리티 메뉴가 있다. 이 유틸리티 메뉴의 하단에 Time Machine에서 복원이라는 항목이 있다. 이를 선택하고 화면의 안내를 따라 진행한다. 백업해놓은 하드를 선택하고 백업할 대상하드는 새로운 아이맥의 SL HD로 정하면 된다. 새로운 아이맥을 대상 디스크 모드로 재시동해두었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맥의 내장 하드가 모두 항목에 들어온다. 디스크를 지우고 백업하겠냐고 묻는다. 그러면 지우고 백업을 하면 된다.
8. 백업이 모두 성공적으로 끝나면 새로운 아이맥의 스위치를 눌러서 껐다가 다시 켜도록 한다. 만약 라이언을 Lion HD에 깔아놓은 상태에서 SL HD에 복원을 했다면 시스템 환경설정의 시동 디스크에서 SL HD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스노우 레오파드로 부팅한 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하도록 한다. 새로운 아이맥에 채택된 선더볼트 때문에 이에 대한 업데이트가 있었다.
9. 스노우 레오파드가 깔린 옛날 아이맥은 사실상 전혀 건드린 것이 없기 때문에 그냥 원래의 시동 디스크로 돌아가서 쓰면 된다.
설치하고 난 뒤의 소감 몇 가지를 적어보자면 먼저 별로 권하고 싶지가 않다. 라이언용 로제타를 개발하고 있는 해커 집단이 있는 듯 보인다. 라이언용 로제타가 나올 때까지 좀 기다려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에러가 있을 수 있다. 나는 깔기만 하고 사용해보진 않아서 어떤 에러가 발생할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검색한 결과 큰 에러는 없는 듯 보였다.
전체적으로 느린 느낌이다. 다운그레이드를 한 뒤 라이언이 무지 빠르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새로운 컴퓨터를 사서 느리게 쓴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못된다.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말할 수 없이 어렵다. 하루가 꼬박 걸렸다. 가급적 시대를 거스르지 말고 새시대를 사는 것이 좋다.
그래도 누군가는 어쩔 수 없이 스노우 레오파드에서 머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분들을 위해 과정을 정리했다.
아쉬운 점.
사실 외장하드는 하나면 충분했다. 스노우 레오파드를 깐 외장 하드는 100기가 짜리였는데 두 개로 파티션해서 하나는 스노우 레오파드를 설치하고 다른 한쪽의 파티션은 백업용으로 쓰면 되는 것이었다. 스노우 레오파드의 시스템은 설치하고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를 하고 나자 약 7기가 정도되었다. 그다지 큰 용량은 아니었다. 괜히 떨어서 외장을 두 개나 동원했다. 참고들 하시기 바란다.
하드 이름까지 그대로 복원이 된다. 그래서 외장 하드에 시스템을 설치할 때 외장 하드의 이름을 대상 디스크에 사용할 이름으로 하는 것이 좋다. 물론 하드 이름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으므로 사실 아무 상관이 없기는 하다.
고마운 사람들.
인터넷에서 검색하여 실패를 겪은 끝에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어떤 사람은 6일 동안 씨름한 끝에 성공했다고 하면서 그 과정을 자세하게 정리해 놓고 있었다. 앞사람들의 실패와 고생으로 편안하게 하룻만에 끝낼 수 있었다. 고생한 선구자들에게 감사드린다.
아래 사진 몇 장을 덧붙인다.
8 thoughts on “아이맥의 OS 다운그레이드 – 라이언에서 스노우 레오파드로 낮추기”
안녕하세요, 혹시 맥북도 이 방법을 사용하면 다운그레이드가 될까요??ㅠㅠㅠㅠㅠㅠㅠ. 새로운 세계를 알고 갑니다!!
맥북은 해봐야 알 수 있을 듯 싶어요.
이거보다 VMWare fusion이나 패러랠즈에 스노우 레오파드를 깔 수 있다는 얘기가 있더라구요. 차라리 그 방법에 도전해보길 권해드리고 싶군요. 저도 해보았는데 쉽지가 않더군요. 옛날로 가는 타임머신 만드는게 어렵더라구요.
저는 준비물이 없으므로 해당이 안 됐어요.^^
다 읽고 난 뒤의 소감은 뭐 이런 세계와 이런 친구들이 있나 싶네요.
맥이 새로운 OS를 내놓을 때마다 옛날 것에 대한 지원을 하나씩 빼요. 지난 번에는 애플톡 프린터 지원 기능을 빼더니 이번에는 로제타를 빼버리더라구요. 지난 번에도 전의 OS에서 애플톡 부분만 빼서 새로운 OS에 넣을 방법이 없을까 말들이 무성했는데 성공한 사람은 하나도 나오질 않았어요. 복잡하긴 하지만 이번에는 다행이 이식 방법이 있었지만 전 새로 나오면 새로운 거 써서 이렇게 과거로 돌아가는 건 별로 좋아하진 않아요.
혹시 신형 아이맥을 타겟모드로 부팅하시고 구형 아이맥에서 설치는 해보셨는지요?
신형 아이맥하드가 구형 아이맥의 외장으로 인식되어 바로 설치될 듯 한데요?
아~ Time Machiene ㅎㅎ
그 방법은 안된다고 하는 것 같더라구요.
현재 깔 수 있는 최신 스노우 레오파드 버전이 10.6.3인데 그걸 깔아도 시동이 안되요. 10.6.6부터 시동이 된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10.6.3으로 깔고 업데이트를 해서 10.6.8로 가고 그 다음에 그걸 백업해서 복원하는 작업을 거치는 거라는.
먼 말씀인지 항개도 모르게써요…ㅎ
알고보면 시보다는 무지 쉬워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