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문자

Photo by Kim Dong Won

딸에게 문자를 보내면
답을 받기가 쉽지 않다.
어제 보낸 문자의 답을 오늘 받기도 하며
집에 들어오는 딸에게
야, 문자 못받았어 하고 묻고는
그제서야 “어, 문자 와 있었네”하고
확인을 받기도 한다.
문자를 열 번 보내면
겨우 한번 답을 받을까 말까이다.
우리는 저러다
남자 친구가 생기면
아주 손끝에 물집이 생기도록
문자를 달고 살 거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딸은
남자 친구가 하루에 문자를 두 번이나 보낸다고
남자 친구를 잘라버렸다.
문자를 보내는 것은 상관이 없는데
문자를 보내놓고는 왜 답이 없냐고 보챈다는 것이다.
야, 이 자식들아.
문자는 하루 딱 한번씩만 보내고
그 다음에는 보채지 말고
이러다 내가 기린과로 뒤바뀌는게 아닐까 걱정이 들 정도로 고개를 빼고
하염없이 기다려!
인간 – 기린 – 인간의 순환 과정을 통하여 경이적인 탈바꿈을 경험하며
비로소 얻어낼 수 있는 게 바로 사랑이야.
그걸 한번 얻어내 보라고 우리 딸이 너네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잖아.
하염없는 기다림이
우리 딸의 사랑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야, 알겠냐.
기다리다 지쳐 쓰려질 때까지 무조건 기다리는 거야.
우리 딸의 사랑은
한없는 기다림으로 숙성시켜 가는 거다.
딸의 앞에선
문자 두 번이면 사랑이 날아가고
세 번은 현실감각을 완전히 상실한 간뎅이 부운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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