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대공원이 사실 없는 것이 없다.
놀이동산에 각종 놀이터가 있고 잔디밭이 있으며 분수대도 볼만하다.
봄이 오기 전에 꽃을 만나볼 수 있는 식물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여기에 동물원도 갖추고 있다.
놀이기구 탈 때 돈을 내야 하는 것을 빼면 거의 모두가 공짜이다.
그중에서도 동물원은 동물들을 구경하는데 그치지 않고
동물과 재미나게 놀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물론 우리에 들어가서 놀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재미난 장면이 많다는 뜻이다.
동물들과 가졌던 즐거운 시간을 모았다.
아웅, 봄날은 정말 하품하다 입이 찢어질 정도로 노근해.
호랑아, 호랑아, 우리 놀자.
에이씨, 잠만자네. 그냥 가자.
너네도 춘곤증에 한번 걸려봐.
놀마음이 생기나.
몸이 노근할 때는 그냥 자는게 최고야.
만사가 다 귀찮은 법이라구.
어때 내가 포즈좀 되지?
내가 런웨이를 좀 아는 사자라구.
너는 도대체 포즈가 그게 뭐니?
사자좀 보고 포즈좀 배워라.
무슨 얘기야.
난 지금 달팽이 놀이를 하고 있는 거라구.
사람들은 내가 비호같이 달린다고 말하면서
나에게 속도의 굴레를 뒤집어 씌웠지.
나는 그게 싫어서 지금 달팽이 포즈로
나의 시간을 모두 꼬물꼬물 기어가도록 만들어 버렸어.
엄마, 내가 엄마 자식 맞아?
맞지 그럼.
그런데 왜 얼굴만 보면 내가 더 늙어보여?
쟤가 바로 그 출제 문제랑 정답만 콕콕 집어낸다는
그 유명한 쪽집게 과외선생이니?
소문은 그렇게 난 모양이더라.
그런데 물고기 집어낼 때 보니
허당만 많이 찍더라.
정말 족집게인지 의심되더라구.
아씨, 오늘은 왜 이렇게 밥이 늦는 거야.
한번 손가락 빨면서 살아보라 이거야, 뭐야.
안녕하세요?
예, 안녕하세요?
그런데 우리 훤한 대낮에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왜 내 인사는 낮인사같고 댁의 인사는 밤인사 같수?
그러게나 말입니다.
댁의 인사는 이상하게 밤에 해도 훤하고
저의 인사는 낮에 해도 컴컴한 것 같습니다.
도무지 알 수가 없네요.
턱걸이하면 바깥 세상도 내 세상 될 줄 알았는데
턱걸이해도 여전히 나는 이 안에 갇힌 신세구나.
아, 좌절이야.
역시 턱걸이는 턱만 걸치는 것일 뿐이구나.
염소야, 인간 세상은 좀 다르단다.
우리 세상에선 턱걸이라도 하면 곧바로 다른 세상으로 넘어간단다.
다음에는 꼭 인간으로 태어나서 턱걸이의 기쁨을 맘껏 누리려무나.
엇, 이 아저씨, 여기 어떻게 들어왔지?
엇, 이 아저씨, 어떻게 저기 또 있지?
오늘 기분이 아주 이상해.
누군가 내 그림자를 슬쩍 바꿔치기한 느낌이야.
이거 아주 기분이 이상해.
흐흐, 내가 범인이다, 요 녀석아.
사자야, 사자야.
너 오늘 턱도 없는 소리를 했구나.
그거 아주 조심해야 한다.
그런 소리를 하면 턱이 다 없어진단다.
여기 앉아 있으면 아주 기분이 이상해.
꼭 식탁 위에 올려진 음식이라도 된 기분이야.
아주 기분은 안좋은데 그래도 자꾸 여기에 올라앉게 되.
여기가 편하기 때문이지.
그러고 보면 세상에 편한 것처럼 무서운게 없어.
사자의 자존심이고 뭐고 다 버리게 만드니 말이야.
코끼리의 싸움.
야, 코 안깔어!
표범아, 지금 잠자는 중이니?
잠은 무슨 잠이야.
지금 두 손 모으고 기도하는 중이잖아.
오늘 저녁은 맛없는 통닭말고
아프리카 초원에서 먹던 가젤 영양이 나오도록 해주세요.
우리, 너무 먹이 주는 손에만 목매달지 말고
가끔 푸른 하늘 한번씩 쳐다보며 살자.
염소야, 염소야,
내가 손가락 빨아먹는 아이들은 많이 봤어도
발가락 빨아먹는 염소는 네가 처음이다.
너의 발에서 족발의 냄새라도 나는 거냐.
2 thoughts on “어린이대공원에서 동물들과 놀기”
말장난이라기엔 너무 재밌는 말부림을 통해 동물의 세계까지 들락날락하시는
털보님의 앵글과 생각과 몸짓을 함께 볼 수 있어 주말 아침이 즐겁습니다.
구경하는 사람들을 넣어서 찍는 것도 한 수 배웠어요.^^
절반은 그녀가 찍은 거예요.
이제부터 카메라주고 사진 찍어오면 그거 이용하면서 살아도 될 듯 싶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