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를 사랑한 벚꽃이 있었네.
주변에서 모두들 말렸지.
바위와의 사랑은 슬퍼.
두드려도,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사랑이거든.
그러나 사랑에 눈먼 벚꽃에게
그런 얘기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지.
벚꽃은 꽃잎을 날려 바위의 마음을 두드렸네.
바위의 마음은 열리지 않았지.
벚꽃은 깨달았지.
두드려선 얻을 수 없는게 바위의 사랑이란 것을.
그리하여 벚꽃은 여린 꽃잎으로 바위를 두드리기보다
꽃잎을 하나둘 모아 바위의 품에서 사랑을 엮기로 했지.
꽃이 다 진 봄날의 어느 날
바위는 그리하여 꽃잎으로 채운 사랑을 받았다네.
—–
물을 사랑한 벚꽃이 있었네.
주변에서 모두들 말렸지.
물과의 사랑은 슬퍼.
언제나 머물지 않고 흘러가 버리거든.
내일이면 흘러갈 사랑은 슬퍼.
물을 사랑한 벚꽃은
바위를 사랑한 벚꽃의 얘기를 들었지.
바위를 두드려 그 마음을 열기보다
꽃잎으로 채운 사랑을 전하는 것으로
바위를 사랑했다는 얘기였네.
하지만 물을 사랑한 벚꽃은 고개를 가로저었네.
아니야, 아니야.
사랑이란 나를 채워서 상대에게 건네는 것이 아니야.
사랑이란 내 사랑의 한가운데
그가 함께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워두는 것이지.
그래서 물을 사랑한 벚꽃은
꽃잎으로 엮은 사랑을 건네면서 가운데는 비워두었지.
꽃이 다 진 봄날의 어느 날,
물은 꽃잎으로 엮었지만 가운데가 빈 사랑을 받았고
그 가운데의 빈자리에 물의 사랑을 채워주었다네.
다들 물의 사랑은 머무는 법이 없다고 했지만
사랑해보니 항상 물의 사랑은
마치 마르지 않는 샘처럼 새롭게 채워졌다고 하네.
2 thoughts on “바위와 물을 사랑한 벚꽃 이야기”
아, 정말 눈도 좋으십니다. 어떻게 저걸 찾아내셨다죠. 그것도 하나가 아니고
둘씩이나요. 사진 찍으실 때 입김을 마구 불어서 모양을 만드시는 건 아니겠지요?^^
이건 만들어서 찍은 사진이예요. 나뭇가지 하나 주워서 살살 움직여 모양만든 뒤에 찰칵한 것이라는. 산에서 내려오다 바위와 물에 떨어진 벚꽃들을 보니 갑자기 주제가 생각나서 연출한 것입니다. 이런 모양이 어떻게 만들어지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