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막
가지를 냈을 때의 나무는
푸른 등뼈 동물이다.
푸른 등뼈에 푸른 날개가 돋고,
그 때쯤이면 나무는
등뼈와 날개로만 이루어져 있는
새의 일종이 된다.
아마도 나무는 아득한 옛시절,
이 땅에 살지 않았으리라.
등뼈와 날개만으로 하늘을 날며
발에 흙먼지 하나 묻히지 않고 살았으리라.
그러다 발하나 디딜 곳없는 하늘이 문득 허망하여
땅으로 내려와 아예 한자리를 파고
뿌리를 내렸을 것이며
꼼짝도 하지 않고 한평생 그 자리를 살아가는
나무의 삶을 시작했으리라.
이제 나무는
하늘을 날던 비행의 기억은 잊어버렸다.
오늘 바람이 심하게 분다.
바람은 나무를 지나가면서
그 아득한 비행의 추억을 뒤흔든다.
나무는 푸른 날개를 휘저으며
잠시 마음의 동요를 보여주지만
이내 하늘의 허망함을 생각해내곤
땅의 자리를 그대로 지킨다.
2 thoughts on “푸른 등뼈와 푸른 날개”
이 시 – 털보님이 평론뿐 아니라 괜찮은 시인 맞죠?^^ – 를 읽으면서
문득 남반구와 북반구를 엎어놓아 거꾸로 보는 지도가 생각났습니다.
뿌리와 가지의 선후관계, 상하관계를 뒤엎는 발상이 새롭고 특이합니다.
저는 시인은 못되구요.. 시인이 되려면 언어가 자유로워야 하는데 저는 그렇질 못해서..
그냥 사진찍고 그 사진에 사진의 느낌을 달리 전해주는 글을 쓰는 것이 제 수준인 듯 싶어요.
물론 그와 달리 시평은 꽤 잘하지만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