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꽃은 가고 잎만 남았다.
이제 한해의 남은 시간을
잎과 함께 살아야 한다.
잎을 볼 때마다
이미 보낸 꽃과의 시간이
아쉬움으로 도진다.
매년 꽃을 보내고 잎과 함께 살았으면서도
아직도 나는 모르고 있다.
꽃을 처음 만났을 때의 그 흥분이
잎에 추억으로 새겨져 있다는 것을.
그렇지 않다면
잎을 볼 때마다
꽃에 대한 아쉬움이 고개를 들리가 없다.
그러고 보면 잎은 얼마나 대단한가.
꽃의 추억을
한해내내 푸르게 간직하다니.
그 추억은 잎에 푸르게 새겨겨 있다가
가을쯤 거두어져 땅에 묻힌다.
땅에 묻은 그 추억이 되살아 날 때,
다시 꽃이 핀다.
꽃은 처음에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설레임으로 피지만
그 누군가와 한번 만나고 난 뒤로는
매년 봄,
그 만남의 추억을 되살리며 피어난다.
4 thoughts on “잎과 꽃 2”
젊은 날엔 님도 꽃의 향기로 만났으나,
이젠 잎의 훈기로 만나도 좋을 듯 싶습니다.
하지만, 세월은 그마저 허락해주지 않으니…
한줄기 바람이 잎을 흔들고 빠져나가듯 우리 젊은 날 사랑도 그렇게 가버렸나요?
우리의 젊은 날은 가벼렸지만 젊은 사랑은 또 시작되니까요.
지켜보기만 해도 젊은 사랑은 풋풋하고 좋은 듯 싶어요.
꽃잎에 설레임과 반가움, 아쉬움과 그리움 같은 우리네 살아가는 일상이
그대로 반영돼 있었군요.
살아가는 건 세상만물이 다 비슷한 듯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