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가로등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5월 8일 서울 올림픽대로에서

수많은 가로등 불빛이
어두운 나의 밤길을 밝혀주겠다고 난리였다.
이상한 일이었다.
가로등으로 촘촘히 밝힌 길도
한밤에는 여전히 어두웠다.
그 어두운 길 위로 달이 떴다.
달을 보자 마음이 환해졌다.
그때부터 길도 환해졌다.
가로등은 길을 밝혀
내 앞을 열어주고 있었지만
여전히 세상은 어두웠고
달은 가로등과 달리 내 마음을 밝혀
세상을 환하게 열었다.
멀리 달을 걸어두고
가로등으로 밝혀놓은 길을 따라
달을 향해 달려갔다.
안으면 마음이 환해지는 여자가
그 길의 끝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
늦은 밤시간,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5월 8일 서울 올림픽대로에서

4 thoughts on “달과 가로등

  1. 며칠 전 달이 유난히 가까워 보이길래 신기해 하다가 집에 가 보니 TV 뉴스에도
    나오더군요. 새삼 달의 존재감이 부각된 날이었죠.
    아마 차를 타고 가신 것 같은데, 옆에 해품달을 두시고 달을 향해 달려가시면
    아니, 아니되옵니다.^^

  2. 참으로…
    사춘기엔 왠지 어느 시인들의 감성이 제것인냥 가로등 불빛에
    괞시리 우수에 젖은 척…..척 했었는데요…ㅎ
    동원님의 글을 읽으니 깊고 그윽한 달빛 여인의 품을
    헤아릴 나이가 저도 되었음을 새삼…
    늘 일상적인 모습에서 빛나는 이야기를 끌어내시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동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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