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작가 김중만의 짧은 굴업도 이야기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5월 9일 서울 대흥동의 마포아트센터에서
사진작가 김중만

제9회 서울환경영화제의 개막식을 보러갔다.
원래 ‘아, 굴업도’라는 영화가 개막작으로 예정되어 있었고,
내가 영화제를 찾아간 것은 그 영화를 보기 위해서 였다.
하루 전날 사정이 생겨 개막작은 다른 작품으로 바뀌고 말았다.
그래도 그 영화에 출연했던 사진 작가 김중만은 볼 수 있었다.
무대에 오른 그가 이렇게 말했다.
“굴업도는 정말 아름다운 섬입니다.”
분명하게 느껴질 정도의 힘을 얹어
정말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한마디로 모자랐는지 얘기를 마무리할 때
다시 그 말을 반복했다.
“굴업도는 정말 아름다운 섬입니다.”
두 번이나 반복되는 그 말을 듣는 동안
나는 마치 그가
이렇게 아름다운 섬에 어떻게 손을 댈 생각을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고 말을 하고 있는 듯이 들렸다.
세상에 두 가지 부류의 인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곳을 마주하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은 털끝하나 건드리지 말고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또다른 부류는
이 아름다운 곳을 개발하여
큰 돈을 벌어야 겠다고 나오는 사람들이다.
김중만은 돈에 미친 사람에게도
그 섬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주기만 하면
섬을 개발하겠다는 생각을 거둘 것이라고 믿고 있는 듯했다.
섬의 아름다움으로 섬을 증명하고
그것으로 개발의 탐욕마저 막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
그들이 예술가이다.
김중만은 예술가였다.

4 thoughts on “사진 작가 김중만의 짧은 굴업도 이야기

  1. 김중만 사진은 오래전부터 참 좋아했었는데… 동원님도 팬이시구나~
    동원님 사진도 참 좋아요. (안느가 팬이구나~ )

    세월이 ‘약’이란 말은 이럴 때 쓰라고 만든 말 아닌데, 시간이 약처럼 느껴지네요.
    우리 모두는 다들 그래도 용하네요. 그쵸~동원님? ^^
    결혼식장에서 뵐 수 있음 좋겠습니다. 몇 분들 동안에 반가운 얼굴 볼 수 있기를요. ^^

    1. 마음을 빼앗아간 예쁜 처자가 나타났나 봐요.
      어제 종로에서 신부를 소개하는 모임이 있었는데 저는 다른 곳에서 술마시는 바람에 못갔어요.
      저도 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2. 어떻게 보면 털보님과 닮아 보이기도 합니다.^^
    예술가에 대한 새로운, 어쩌면 오래되었을 정의에 저도 한 표!

    1. 연예인들 사진 찍고 있을 때는 별로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느날 김중만의 아프리카전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어요.
      지금까지 봤던 아프리카 사진하고 완전히 다르더라구요.
      이 사람이 괜찮은 사진작가구나 싶더라는.
      뜻하지 않게 영화제를 다 가보게 되었는데 아주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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