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서울환경영화제의 개막식을 보러갔다.
원래 ‘아, 굴업도’라는 영화가 개막작으로 예정되어 있었고,
내가 영화제를 찾아간 것은 그 영화를 보기 위해서 였다.
하루 전날 사정이 생겨 개막작은 다른 작품으로 바뀌고 말았다.
그래도 그 영화에 출연했던 사진 작가 김중만은 볼 수 있었다.
무대에 오른 그가 이렇게 말했다.
“굴업도는 정말 아름다운 섬입니다.”
분명하게 느껴질 정도의 힘을 얹어
정말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한마디로 모자랐는지 얘기를 마무리할 때
다시 그 말을 반복했다.
“굴업도는 정말 아름다운 섬입니다.”
두 번이나 반복되는 그 말을 듣는 동안
나는 마치 그가
이렇게 아름다운 섬에 어떻게 손을 댈 생각을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고 말을 하고 있는 듯이 들렸다.
세상에 두 가지 부류의 인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곳을 마주하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은 털끝하나 건드리지 말고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또다른 부류는
이 아름다운 곳을 개발하여
큰 돈을 벌어야 겠다고 나오는 사람들이다.
김중만은 돈에 미친 사람에게도
그 섬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주기만 하면
섬을 개발하겠다는 생각을 거둘 것이라고 믿고 있는 듯했다.
섬의 아름다움으로 섬을 증명하고
그것으로 개발의 탐욕마저 막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
그들이 예술가이다.
김중만은 예술가였다.
4 thoughts on “사진 작가 김중만의 짧은 굴업도 이야기”
김중만 사진은 오래전부터 참 좋아했었는데… 동원님도 팬이시구나~
동원님 사진도 참 좋아요. (안느가 팬이구나~ )
세월이 ‘약’이란 말은 이럴 때 쓰라고 만든 말 아닌데, 시간이 약처럼 느껴지네요.
우리 모두는 다들 그래도 용하네요. 그쵸~동원님? ^^
결혼식장에서 뵐 수 있음 좋겠습니다. 몇 분들 동안에 반가운 얼굴 볼 수 있기를요. ^^
마음을 빼앗아간 예쁜 처자가 나타났나 봐요.
어제 종로에서 신부를 소개하는 모임이 있었는데 저는 다른 곳에서 술마시는 바람에 못갔어요.
저도 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보면 털보님과 닮아 보이기도 합니다.^^
예술가에 대한 새로운, 어쩌면 오래되었을 정의에 저도 한 표!
연예인들 사진 찍고 있을 때는 별로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느날 김중만의 아프리카전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어요.
지금까지 봤던 아프리카 사진하고 완전히 다르더라구요.
이 사람이 괜찮은 사진작가구나 싶더라는.
뜻하지 않게 영화제를 다 가보게 되었는데 아주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