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곁에는 계단이 있었고
계단을 올라가면 차들이 다니는 길이 있었다.
길에선 차들이 쉼없이 지나다니며
모두 합세를 하여 큰 소음을 만들어내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들도
끊임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런 곳에서 그가 책을 읽고 있었다.
그는 책에게는 그에 맞는 예의를 표해야 한다는 듯
가방을 기둥에 올려 균형을 잡고는
그것으로 책이 거할 자리를 펴주고
책을 그 위에 반듯하게 내려놓은 뒤
계단과 나무의 사이에서
좌우가 대칭이 되게끔 데칼코마니 자세를 취했다.
말하자면 데칼코마니 자세는
책에 대해 그가 취하는 경의의 자세였다.
그가 데칼코마니 자세로 책을 읽는 동안
광화문 찻길의 시끄러운 소음도
그의 곁을 범접하지 못했으며
빨간 옷의 아가씨가,
긴머리를 묶은 아가씨가,
양복 입은 아저씨가
계단을 올라 그의 곁을 지나갔지만
그는 오직 책속의 글자들과 함께 할 뿐
그 글자들 이외에 그곳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는 책만 마주하면
책속의 글자만 남겨놓고
세상의 모든 소음과 사람들을 지워버리는
마법의 힘을 가진 사람이었다.
나도 조용히 지워진채
그의 앞에서 그의 사진 한장을 찍고
아무 흔적도 없이 그의 곁을 떠났다.
**오늘의 글에서
아저씨의 자세를 데칼코마니 자세라고 한 것은
이 사진을 보고 트위터 친구 light grounding(@life_raw)이 해준 말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이다.
2 thoughts on “그의 독서”
이쯤 되면 경건한 독서라고 불러도 될 듯 싶은데요.
오른쪽 계단이 앉아 쉬는 곳 같은데, 이분은 경계선상에서 재밌는 포즈를 취해
주셨네요. 아이스커피로 보이는 건 저분이 마시던 것일까요?
책방 들어갈 때 보고 옆에서 한장 찍었는데 나올 때보니 여전히 계시더라구요. 그래서 이번에는 정면에서 한장 찍었습니다.
커피의 주인은 아리따운 여성분이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