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조망을 흔드는 하루살이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5월 14일 서울 천호동의 한강변에서

하루밖에 못사는 삶,
다른 하루살이들이 모두
그냥 먹을 것이나 찾아
하루 헤매다가 죽는 것으로도
바쁘다고 했지만
그 중의 한마리가
어차피 하루밖에 못살 목숨,
배는 채워서 무엇하겠냐며
자신은 하루 종일
철조망을 뒤흔들다 가겠다고
육중한 철조망에 달라붙었다.
모두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며
등을 돌렸다.
생각해보니
하루밖에 못산다면
무서운 것이 무엇이 있으랴.
해도 소용없는 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을 듯 싶다.
심지어 계란으로 바위치는 무모함도
얼마든지 가능하리라.
어차피 내일이 마지막인데
되든 말든 한번 해볼 수 있는게 아니겠는가.
내일도 살아야 하고,
또 모레도 살아야 하며,
그 뒤로 백날천날 살아야 하기에
되지 않을 듯 싶은 일들 앞에선 주저하게 된다.
알고보면 살아가야할 많은 날들이
우리들을 주저스럽게 만는다.
살아갈 날들이 우리의 삶을 막는다.

2 thoughts on “철조망을 흔드는 하루살이

  1. 저는 하루살이가 미지의 세계로 탈주하기 전에 잠시 철조망에 의탁해 숨을
    고르거나, 할까 말까를 고민하는 것처럼 봤는데, 철조망을 흔들어대는 건지는,
    그것도 하루 종일 그랬다니 거 참 신기하다 싶군요.

    1. 하루종일은 제가 소설쓴거죠, 뭐.
      제는 왜 저기에 저렇게 붙어 있을까 생각하다가 이야기꾸며서 슬쩍 불러들였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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