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잎 2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5월 20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손을 뻗으면 어디에나 허공은 지천이었다.
움켜쥐기만 하면 주르륵 딸려올 것만 같은데도
허공은 손에 잡히는 법이 없었다.
용케도 그 허공을 움켜쥔 것은 나무였다.
나무는 가지를 촘촘하게 뻗어 허공을 단단히 부여잡았다.
이제 가지의 사이사이로 허공이 꼼짝없이 잡혀 있었다.
가지가 허공을 움켜쥐자
잎들이 그 손을 잡고 안심하고 허공을 채웠다.
아이 둘이 각자 자신들 엄마의 손을 잡고
언덕을 오르고 있었다.
엄마들은 나무 같았고
아이들은 엄마의 손을 가지처럼 잡고
안심하고 허공을 채운 나뭇잎 같았다.
아이들이 엄마의 손을 잡고 세상을 푸르게 채우고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5월 20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4 thoughts on “나무와 잎 2

  1. 어린아이와 엄마를 또 그렇게 비유하시니 참 푸근해지네요 마음이…
    나뭇잎이 허공의 기운을 받아서인지 푸르러서 눈이 시원해지네요
    건강하시지요?^^

    1. 시간날 때마다 그동안 써온 글좀 정리하고.. 사진도 정리하고.. 정리하는게 이게 큰 일이네요.
      이제 월말이라 일도 해야하고.. 그래서 집에 박혀서 지내고 있어요.
      나무를 보지 않았더라면 그리 보이진 않았을 텐데.. 나무가 허공을 잡고 있다고 생각하니 아이들도 부모 없으면 잡을 것 없는 허공을 휘젖는 불안한 인생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도톨님도 잘 지내죠?

  2. 저희도 엊그제 고골로 해서 산성 북문을 잠깐 다녀왔는데, 나무들 정말 좋더군요.
    근데, 이 허공이 허각이 형 말씀하시는 건 아니죠?^^

    1. 앗, 허각이 형이 허공입니까? 저는 허원쯤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하나가 각이니 하나는 원처럼 원만한 것이 좋지 않을까 싶어서..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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