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공원에 가면
가끔 풀밭에서 자유롭게 풀을 뜯고 있는 토끼를 만날 수 있다.
산토끼가 아니어서 사람들이 가까이 가도 도망을 가지 않는다.
물론 아이들이 귀엽다고 졸졸 따라다니며 너무 귀찮게 굴면
그때는 도망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공원의 숲길을 걷다 보면 다람쥐를 만날 때도 있다.
다람쥐는 예민해서 멀찌감치서 구경할 수 있을 뿐
가까이 가기는 어렵다.
가끔 구경은 하지만
가까이 가기 어려운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로는 꿩도 있다.
꿩은 거의 눈만 마주치면
곧바로 땅을 박차고 날아올라 다른 곳으로 도망쳐 버린다.
그런데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전거리를 파악했는지
약간 멀다 싶은 풀밭에서 먹이를 찾고 있던 꿩이
아예 머리를 빳빳이 들고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하고 있다.
무엇이든 도시로 흘러든 것들은
사람을 무서워하는 법이 없는 듯 하기도 하다.
시골이었다면 벌써 줄행랑을 쳤을 것이다.
하긴 시골에서 자랄 때 꿩을 보며 신기해했던 기억은 없다.
어떻게 하면 저걸 잡아서 구워먹을까를 궁리했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시골은 꿩에게 아주 위험한 곳이다.
자연이 귀해진 도시에선 그와 달리
어떻게든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것이면 보호하려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시골보다 도시의 공원이
꿩에게 더 안전한 곳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주 대놓고 고개를 쳐든채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는 녀석은
꿩의 수컷인 장끼이다.
사실 그 옆에 암컷인 까투리 한 마리가 함께 있었는데
까투리는 전혀 고개를 드는 법이 없었다.
풀밭은 좀 깊어서 고개를 쳐들지 않으면 꿩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그렇다면 혹시 풀밭에 잘 숨었기 때문에 자신은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사람들 구경에 열심인 것은 아닐까.
꿩아, 지금 풀밭에 숨었다고 생각하는 거냐?
다 보인다 야.
2 thoughts on “꿩의 사람 구경”
그러고보니 요즘 근교 산에서 꿩 구경을 거의 못봤네요. 시골산으로 가야나 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가끔 새벽의 한적한 산길을 오르다보면 저 앞이나 옆에서
갑자기 후다다닥 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가 소스라치게 놀라 토끼는 소리를 듣긴
하는데, 설마 꿩은 아니었겠죠?^^
저도 산에 가서 꿩은 거의 못봤어요. 남한산성 갔을 때 노루는 본 적이 있어요. 아주 날렵하게 토끼더군요. 토끼도 아니면서 말예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