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집의 문을 바꾼다.
가평의 길거리를 걷다가
그런 집을 하나 볼 수 있었다.
집의 모양으로 봐선
드나드는 앞문을 남쪽으로 낸
남향집이 분명해 보였다.
집의 뒷쪽을
커다란 은행나무가 지켜주는 집이기도 했다.
그러나 원래는 앞문이었을 문이
옆으로 큰 길이 새로 나면서
이제는 뒷문이 되었다.
앞문이 뒷문이 되면서
원래 앞문으로 사람들을 데리고 갔던 길은
텃밭으로 변했다.
뒷문의 텃밭에선 배추와 감자가 자라고 있었다.
담장의 한켠에선 호박 줄기가
담장을 기어올라 집안을 기웃거린다.
집은 옛날의 그 집이지만
갑자기 뒤로 내몰린 듯한
이상한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
길이 집의 문을 바꾸었고
이제는 앞문을 열면 속도의 세상이고
뒷문을 열면 그곳에 자연의 세상이 있다.
앞문의 세상이 더 빨리를 외치며 달려가고 있었지만
뒷문의 세상은 지구에 새겨진 계절의 시간을 따라
천천히 자라고 익어가고 영글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앞문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듯 했지만
우리가 쉴 수 있는 곳은 뒷문의 세상에 있었다.
앞문으로 나가 속도의 세상에 목을 매야 살아갈 수 있게 되었지만
우리가 먹고 마시고 쉴 수 있게 해주는 것들은
여전히 뒷문의 세상에 있었다.
2 thoughts on “길과 문”
배추, 감자, 호박 심고, 은행나무 자라는 집에서 살고 싶어집니다.^^
담벽에 붙은 텃밭 모서리엔 화장실 비슷한 것도 보이고, 뒤로는 교회 십자가도
보이고, 더 뒤로는 찾아갈 수 있는 산이 여럿 있어 정겨워 보이는 동네네요.
제가 요기를 다시 가보려구요. 더 뒤로 보인다고 말씀하신 산들 중에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1000미터 이상의 산이 이곳에 셋이 있거든요. 이번에 가보니 경춘 전철덕에 아주 쉽게 갈 수있겠더라구요. 그래서 1000미터 이상의 산을 맛좀보고 사람들과 함께 한번 가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