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이 한마리 논을 기어간다.
하루 종일 내 한걸음이다.
풍경을 휙휙 지나치며
바삐 걷는 내 걸음 중에서
딱 하나만 골라 그 한걸음에
우렁이는 하루를 차곡차곡 눌러담는다.
우렁이의 느린 걸음이
결국은 내 걸음마저 불러 세웠다.
걸음을 멈추자 휙휙 지나치던 시간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고
차곡차곡 쌓이는 시간 속에서
이제 한뼘쯤 자란 논의 모가 보였고
그 사이를 빼곡하게 채운 개구리밥도 보였으며
그 개구리밥 사이를 헤치며
작은 길이라도 내듯 천천히 걷고 있는 우렁이가 보였다.
휙휙 지나쳐 가던 하루가 차곡차곡 눌러담겼다.
4 thoughts on “우렁이의 걸음”
보기 좋아요 오랜만에 개구리밥 논의 모…
우렁이가 걸음은 느려도 물길은 제법 확실한걸요^^
잘 보고 듣고 가요
동원님 즐거운 휴일 보내세요!^^
비많이 오네요.
빗줄기가 좀 굵어질 때마다 동네 어슬렁거리며 사진찍고 그러면서 시간 보내는 중이예요.
좋은 작품 소재 건지시고 오후 잘 보내시길요.
햐! 미니멀리즘이랄까 미시사랄까, 미약한 미물에게서 느림의 미학이 주는
울림과 소중함을 배우며 하루를 엽니다.
우렁이 농법으로 농사를 짓느라고 논에 엄청나게 많이 풀어 놓았더라구요. 주변에 사는 왜가리와 백로의 식사거리이기도 한 듯 싶어요. 날이 많이 더운 날이었는데 가다가 걸음멈추고 한참 들여다 보았습니다. 논에만 사는 건 아닌 것 같고 연밭에도 많이 사는 것 같아요. 거기로도 한번 보러 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