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맥 사용자가 되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7월 27일 우리 집에서

며칠 동안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못했다.
집을 이사하는 것만이 이사가 아니다.
요즘은 모든 작업을 컴퓨터로 하기 때문에
컴퓨터가 바뀌면 이전의 작업 상태 그대로를 새로운 컴퓨터로 옮겨가는 것도
말할 수 없이 큰 이사가 된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못하는 며칠 사이에
사실은 새로운 컴퓨터가 생겼다.
누가 새로운 27인치 아이맥을 사면서
자신이 쓰던 21.5인치 아이맥을 내게 양도한 것이다.
그런데 그녀가 새로 생긴 작은 아이맥은 자신이 쓸테니
나보고 27인치 아이맥을 쓰라고 나왔다.
우리는 그동안 27인치 아이맥을 아이맥이 아니라
초대형 수퍼 울트라 노트북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사실 들고 다니기에는 너무 부담될 정도로 크고 무거운 것이 사실이나
그렇다고 집과 회사의 사무실에 각각 하나씩의 아이맥을 사놓고 쓰기에는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 것 또한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27인치 아이맥을 사무실에서 쓰다가
일이 거의 없는 월초에는 집으로 가져와 집에서 쓰고 있었다.
문제는 그녀가 일하는 사무실이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의 6층에 있다는 것이었다.
한달에 한번 오르내리는 것이긴 하지만
비싼 물건을 껴안고 그 계단을 올라가는 것도 불안한 데다가
27인치 아이맥이 상당히 무거워 오르내리는 그 하루가 상당히 힘겨웠나 보다.
사실 그녀가 일하는 환경에서 아이맥은 보조 컴퓨터의 위치에 머물러있었다.
빠른 작업을 원하는 그래픽 작업은 아이맥에서 하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편집은 G4라고 불리는 예전의 구닥다리 맥에서 하고 있었다.
그녀가 그렇다기 보다 그곳의 작업이 대부분 그랬다.
다른 사람들과 작업 문서를 주고 받기도 해야 하는데
다른 곳의 작업이 옛날에 머물러 있으니
그녀도 새로운 환경으로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컴퓨터를 바꾸자는 그녀의 말에
이게 무슨 횡재인가 싶기도 했고
또 바꿔도 그녀의 일에는 큰 무리가 없을 듯 보여 냉큼 응하고 말았다.
그리하여 내게 27인치 아이맥이 생겼다.
그리고 그 때문에 대대적인 이전 작업을 해야 했다.
사실 그동안 나는 맥 OS의 환경에서 일하긴 했지만
내가 사용한 컴퓨터가 맥은 아니었다.
그동안 사용하던 컴퓨터는 용산에서 조립하여 구입한 용산표 컴퓨터였다.
그 컴퓨터에 3일 동안의 악전고투 끝에
해커들이 알려준 방법을 이용하여 맥 OS를 깔았고
그것으로 작업을 해오고 있었다.
윈도 머신에 깐 맥 OS 여서 종종 에러가 나곤 했었다.
만약 내가 아이맥을 사용하고 있었다면
이전은 순식간에 이루어졌겠지만
맥 환경을 윈도 머신에 구축했던 나의 특수한 상황 때문에
그동안의 환경을 그대로 옮겨갈 수가 없었다.
맥에서 맥으로의 이전은 요즘 말할 수 없이 편하게 되어 있다.
그냥 지금 상태 그대로를 백업하여
새로운 맥에 그대로 복원할 수 있다.
애플이 개발한 포장 이사 방법이라고 할 수 있으며,
아이콘의 위치까지 그대로 옮겨진다.
그러나 나는 맥에 구축된 환경이 아니어서
그러한 포장이사의 혜택을 누릴 수가 없었다.
그냥 새롭게 구축하여
옛날 환경과 일일이 비교를 하며 똑같이 설정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새로 생긴 아이맥에는
맥의 최신 OS인 라이언을 깔아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로선 두 단계의 업그레이드였다.
그러다 보니 이전 작업이 상당한 시간을 요했다.
지금도 이전이 완전히 완료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어느 정도 작업이 가능할 정도의 이전은 이루어졌다.
나는 원래 처음에 접했던 컴퓨터가 맥이었기 때문에
윈도와는 별로 친하게 지내질 못했다.
그 때문에 그동안 윈도 머신에 이식한 맥 환경에서 보내는 작업 시간은
내겐 낯선 곳을 떠도는 낭인 생활에 진배없었다.
그러다 드디어 다시 아이맥이 생기면서 순수한 맥 사용자로 복귀했다.
다른 무엇보다 예전처럼 삽질을 하지 않아서 좋다.
속도는 물론 말할 수 없이 쾌적하다.
작업을 잠시 멈추고 10분 정도 지나가면 알아서 잠들기에 들어가고
여러 모로 편리하기 이를데 없다.
그동안 윈도 머신에서 OS를 최신으로 올리려고
삽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생긴 행운으로 인하여 새로운 아이맥으로 이전하게 되었다.
작업을 하는데 모니터 두 대는 거의 필수가 되어 버려서
그동안 쓰던 모니터 중 세로로 회전시킬 수 있는 모니터를
아이맥에 연결하여 오른쪽으로 위치시켰다.
이제는 대충 몸눕히고 잠잘 수 있게 되었으며
필요할 때마다 이전의 컴퓨터에서 조금씩 조금씩 옮겨오면서
이전을 완료해갈 생각이다.
컴퓨터의 이사는 길고 오래 계속된다.

4 thoughts on “아이맥 사용자가 되다

  1. 방금 정선에 갔다 막 돌아왔습니다. 만 하루를 머물다 왔는데, 가리왕산, 민둥산 등이 있는 먼 곳이더군요. 다음에 털보님 안내를 받아 이 일대를 제대로 봐야겠어요.
    아이맥주가 되신 걸 축하드리고, 남은 이사가 순조롭게 끝나 새로운 작업들을 좀 더
    쾌적한 환경에서 많이 해 내시면 좋겠네요.

    1. 좋은 데 갔다 오셨군요.
      가리왕산은 한번 함께 갔으면 싶습니다.
      최대한 차로 올라갈 수 있는 등산로도 제가 봐두긴 봐두었습니다.
      영월보다 정선이 오히려 더 볼만한 것 같았습니다.

  2. 아이고.. 리어카 끌고 이사하는 중이시군요.
    그래도 좋은 집으로 가시니 힘은 덜 드시겠습니다.ㅋㅋ
    집들이라도 주문하고 싶은데 책상위를 보니 어디 앉을 곳도 없겠고.ㅋ
    어서 이사 마치시고 좋은 집애서 쾌적한 생활 누리시길요..^^

    저는 인디로 갈아타면서 아범으로 오는 바람에 제 아이맥은
    그저 노래만 틀어댄다눈요.. ㅎㅎ

    1. 포장이사 깔끔하게 되는 시대에 이 무슨 짓인가 싶기도 합니다.
      타임머신 기능이 정말 좋더라구요.
      인디도 맥에서 하는게 훨씬 생산성이 높은 듯 싶어요.
      불편한 것들도 몇가지 있기는 있는데 그래도 여러모로 좋은 듯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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