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부쟁이는 이름은 그다지 친숙하지 않지만
실제로는 산에서 많이 접하게 되는 흔한 꽃이다.
사진찍으러 나선 길에 강화의 낙조대에 올랐다가
그만 걸음이 산을 넘고 말았다.
낙조봉까지만 올라보자는 마음으로 떼어놓았던 걸음이
결국은 고려산으로 향했고 산을 내려간 걸음은
청련사에서 마무리되었다.
서쪽 끝의 봉우리에서 동쪽으로 걸음하여
산을 횡단하고 만 것이었다.
느닷없는 산행이 마무리될 때쯤
동네의 길가에서 쑥부쟁이를 만났다.
한곳에 모여있었지만 자태가 제각각이다.
엄청나게 더운 날이었다.
더위는 모든 것의 자세를 흩어놓기 마련인데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다.
꽃잎을 단정하게 펼치고
가끔 찾아드는 벌이나 나비와 놀고 있었다.
그러나 인생을 어찌 단정하게만 살 수 있으랴.
얘는 어젯밤에 술좀 푼 것 같다.
숙취로 온통 부시시한 모습이다.
혹시 아침 이슬 대신 참이슬로 아침에도 한잔 한거 아냐?
그래도 혼자 부시시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얘는 술취한 김에 꼬장을 부리고 있었다.
나도 말이야 왕년에는 한 단정 했었다구.
시절갔다고 나 너무 무시하지 말란 말이야.
사람도 시절이 가고 꽃들도 시절이 간다.
5 thoughts on “쑥부쟁이의 세 가지 자태”
사진 정말 잘 찍으시네요!! 사진 퍼가겠습니다 ㅎㅎ 쑥부쟁이의 아름다운 자태에 또 한번 감탄해 봅니다.ㅎㅎ
좋은데 쓰시길요. ^^
한자리에 있던 꽃이예요.
그것도 바로 옆에서 흔들거리고 있던 꽃이라는.
더운 날 산넘다가 돌아가시는 줄 알았습니다. ㅋㅋ
한여름에 예기치 않은 산행으로 피서 한 번 제대로 하셨겠어요.^^
저는 팽팽한 쑥부쟁이에만 눈을 주고 시들어가는 것들은 그냥 스쳐가곤 했는데,
앞으론 가끔 곁눈질로라도 이들의 일생을 지켜봐야겠네요.
중간쯤에서 후회 한번 했지요.. ㅋㅋ
요즘 날씨는 정말 산에 한번 오르면
중간중간 약간 정신이 몽롱해지기까지 하는 것 같아요.
땀좀 쏟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