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이었지만 잔뜩 흐린 날씨 때문에 바깥은 어디나 진한 어둠으로 물들어 있었다.
시간은 9시 11분 16초. 그리고 또 하나의 시간은 12분 9초.
그 사이의 시간을 재어보아야 채 1분도 안되는 시간이다. 7초의 시간을 더 얹어야 겨우 1분의 충만함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충만함을 입에 올리기엔 사실 1분은 너무 짧다. 그 짧은 시간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카메라를 갖고 있던 나는 그 짧은 시간에 무려 16장의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나는 내가 정지시킨 그 시간 속에서 이제 그녀의 표정에 머문다.
결혼하고 몇년 살다보면 우리는 흔히 상대방에 대해 알 것 모를 것 다 알게 되었다고 느끼게 된다.
다 안다는 그 느낌은 흔히 무료함을 부른다.
무료하면 이제 우리는 그녀에게 머물려 하지 않는다.
무료하지 않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린다.
알고 보면 무료함이란 결국 그녀에게 더 이상 머물 곳이 없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1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그녀가 흘린 표정에 머물며 무료함이란 결국 둔감해진 시선으로 스스로가 키우는 것이란 생각 앞에 서게 된다. 벌써 몇번째, 그녀의 표정을 들추고 그곳에 머문다. 그때마다 즐겁다.
이거 정말 맛있다.
뭐, 내가 맛있게 먹는데
네 귀엔 먹는대로 살로 가는 소리가 들린다고.
이게 정말 묵맛 떨구고 있네.
(우리는 강화의 한 식당에 있었고 그녀는 묵밥을 먹고 있었다)
에잇, 메롱 방패다.
그런다고 내가 못 먹을 줄 아냐.
아, 나는 음식이 맛있으면 감격스럽기까지해.
예술이 따로 없어.
음식이 예술이야.
그럼 진담이지.
다른 것도 아니고 음식을 앞에 놓고 어떻게 허튼 소리를 해.
자꾸 살얘기 하지마.
수면제가 따로 없어.
나는 그런 얘기만 들으면 저절로 졸리더라.
뭐, 다른 거 하나 더 시켜도 된다고.
정말?
음, 아무리 그래도 내가 좀 자제를 해야지.
평상심을 되찾아야 해.
그래 오늘은 여기까지야.
더 이상은 안먹는다.
그래도 마무리로 물한잔은 해야지.
-그 물에다 내가 내 사랑 녹여놓았는데.
오잉!
15 thoughts on “그녀의 표정에 머물다”
물마실때(물잔같지않고 술잔같아요.ㅋㅋ) 새끼 손가락을 소녀처럼 뻗치시네요?^^
술잔이면 큰일납니다.
그녀가 운전을 하고 저는 그냥 동승을 하거든요.
요즘 음식점마다 자동커피로 커피를 마실 때 이상한 플라스틱 컵을 주는데 영 그것이 맘에 들지 않아서 커피를 뽑아서 얼른 물컵에 부어서 마시곤 합니다.
그 날은 산사춘을 마시면 딱 좋을 컵이 물컵이더군요.. 거기다 커피를 부어 마시는데 꼭 한잔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커피는 플라스틱 잔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데 그게 누구 발상인지.. 좀 따지고 싶어집니다. 만약 제가 음식점을 하면 예전에 쓰던 다방커피잔이라도 종이컵 대신 내놓을 것 같습니다… 하얗고 동그란 예전 다방커피잔.. 제가 마시던 물컵에 손잡이만 있다면 그 옛날 다방커피잔인데… 자판기 커피도 딱 옛날 다방커피두만…^^
강화의 새벽빛은 생일선물로 줄게^^
강화말고 동해쪽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영동 고속도로타고 강릉가서 동해쪽으로 내려가보면 좋을 것 같아.
강릉 북쪽보다 사진으로 찍는 풍경은 더 좋은 거 같아.
그랴… 동해로 가자…
추암은 나의 슬픈 추억이 있는 곳인디…^^
그 슬픈 추억은 추암이 아니라 망상아니우.
슬픈 추억이라고 하니까 그때 받았던 딸아이 선물이 뭐였던가 궁금해 지는 구만.
추암도 갔었다우…
다시 가보고 싶다… 그곳이 꽤 쓸쓸해 보였는데…
나의 슬픈 추억은 서쪽의 태안 반도에 있는 방포해수욕장에 있는데 너의 슬픈 추억은 어떻게 반대쪽 동쪽에 있네.
어디 중간에 행복한 추억이 없는지 살펴봐야 겠다.
방포의 자갈이 파도에 부디치며 나는 소리가 아직도 선명하다…
아픈 추억도 시간이 흐르니 공감할 수 있는 추억이 되는구나..
물론 중간은 아니지만 대천 첫 여행은 행복하지 않았냐…
그곳에서의 자전거는 좀 아슬아슬했지만 말이야…^^
아 글구 부산의 페블비치…^^ 그곳도 참 아름다웠고 멋졌어^^
그곳에 가보고 싶다^^
그러고 보니…
그 두번의 여행은 환상 그 자체였네.
그리고 모두 결혼전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네.
부산은 결혼 전인지 후인지 좀 헷갈리긴 하네.
한내의 기억은 떠날 때부터 내가 기록을 해 놔서 확실한데 부산은 기록을 해놓질 않아서 기억이 흐릿해.
부산은 결혼 후 야^^
울 딸 문지를 낳기 전이니까^^
에고 울 딸 ‘문지’라는 단어만 쳐도 입가에 미소가 번지네…
참 고녀석… 사랑스러운거…^^
어째 표정이 좀 슬퍼보인다.. 그날 슬프지 않았는데..
강화의 묵밥은 정~~말 맛있더라…^^
새벽 어스름한날 강화 그곳에 가보자…
새벽빛이 참 좋을 것 같더라…
마지막 사진… 고히 한잔 하고 있는건데.. 우째 꼭 고히 같지 않고 커피같다…ㅋㅋ
그날 죽은 병사들 영결식 뉴스 볼 때 찍은 것이거든.
그래서 슬픈 느낌이 드는 거야.
구랬구나.. 우짠지…
구래두… 초상권 더 이상 침해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