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2일 나는 홍대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곳의 어디서나 자전거는 묶여 있었다.
어떤 자전거는 기둥에 묶여 있고,
어떤 자전거는 지하철의 거치대에 묶여 있었다.
어쩌다 홀로 서 있는 자전거는 스스로에게 스스로를 묶고 있었다.
도시는 자전거를 어딘가에 묶어놓아야 살 수 있는 공간이다.
8월말, 나는 오후 늦은 시간에 서울을 떠나 횡계에서 버스를 내린 적이 있었다.
나는 그냥 터덜터덜 발걸음을 길에 흘리면서 횡계에서 대관령 휴게소까지 걸어갔다.
가는 길에 소를 만나고, 어둠을 까맣게 뒤집어쓴 나무를 만났다.
그리고 그때 나는 길가의 어느 집에 서 있는 자전거 한 대를 보았다.
그 자전거는 담벼락에 몸을 기대고 서 있었다.
삐딱한, 그래서 여유롭게 보이는 자세로.
세워놓은 것은 마찬가지인데
묶여 있다와 기대고 있다로 둘을 나누면
자전거의 느낌은 왜 그렇게 다른 것인가.
내가 사는 곳에선 어디서나 자전거가 묶여 있다.
내가 가끔 떠나는 그곳에선 어디서나 자전거가 담이나 나무에 몸을 기대고 있다.
날좋은 날 선명하게 윤곽을 그리는 자전거의 그림자만 자전거에 묶어 둘 뿐,
자전거를 절대로 묶어두는 법이 없는 곳,
나는 가끔 자전거를 묶어두는 것이 견딜 수 없을 때면 그곳으로 떠난다.
그러고 보면 여행이란 나에겐
자전거를 담벼락에 기대어 놓은 풍경이 있는 곳으로 떠나는 것이다.
다시 또 여행을 가고 싶다.
담벼락에 기대어 밤을 맞고 있는 자전거를 보고 싶다.
13 thoughts on “자전거는 어디서나 묶여 있었다”
ㅠㅠ 전 자전거를 못타서..
어렸을때 화물 자전거로 처음 자전거를 배우는데
높은 자전거인데다 어느정도 잡아주지도 않고 밀어버려서
논두렁으로 굴러 떨어진적이 있거든요.
그후로 몇번 더 시도했지만 겁부터 나서 여태…
어제 남편이랑 아이들이랑 체육공원에가서 자전거 타는 사람들 부러워하며
나도 좀 가르쳐줘..했더니 딸한테 배우라는 무정한 남의편..흥~!
뒤에서 조금만 붙잡아줘도 금방 탈수 있을것같은데..
자전거 가르쳐줄 애인이라도 하나 만들어야할듯.ㅋㅋ
그게 자전거는 배우고 뭐고 할게 없어요.
그냥 자기한테 잘맞는 자전거를 한대 사시면 되는데…
자전거에 앉았을 때 발이 땅에 닿는 것으로 장만을 하시면 되요. 넘어질 듯 하면 발 내리면 되니까요. 통통이도 그렇게 해서 배웠어요. 대신 자전거는 제가 사주었죠.
제가 이해할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자전거와 수영을 따로 배우는 거예요(내가 좀 너무 한 건가). 스케이트나 롤러 보드는 따로 배운다는게 좀 이해가 가는데 자전거나 수영은 그냥 하다보면 되지 않나 싶더라구요. 시골서 자라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그런거 였어요?
애인이 그렇게 생기는거 였군요.
에이, 진작 좀 알려주시지… 애인이 생길 기회를 놓쳤구먼…쯧쯧…
어쩐지 울 털보가 잘 넘어지지 않는 자전걸 사주더라니…ㅋㅋ
같은 거리를 걷더라도.. 전 랩터만 보이던데.. 여리태리하고..
이스트맨님의 남다른 시각이 부럽네요.. 아니.. 내시각이 좀 문제가 있을려나요? ^^;;
여하튼 전 두분의 사랑스런 모습이 기억에 아주 깊게 남습니다… 저도 그런 부부사이를 가지고 살아야 할텐데.. 쩝..
애들 때문에 거의 대화를 못나눈 기분이라 죄송스럽기도 하구요..
그래도 무지하게 반가웠습니다~ ^^
집사람은 사이클론님을 부러워하던데요.
아이를 데리고 나온 아빠가 너무 괜찮아 보였나봐요.
cyclone님… 오랜만이시죠^^
몇년전 명동에서 뵐 때보다 훨씬 멋있어지셨어요.
행복하시겠어요. 세 분의 공주님과 함께 사시니…
여리와 태리와 그리고 제일 큰 공주님과 함께…ㅎㅎ
그날 여리와 태리 덕분에 제가 파인더 평균연령 높일뻔 했던거 낮춰줘서 넘 감사드려요~
똑같은 것을 보고 이처럼 다르고도 깊은 생각을 하시다니.. 다시 감탄했습니다.
p.s. 만나뵙게 되어서 반가웠습니다. 다음에도 좋은 자리에서 또 뵙기를.. 🙂
저도 반가웠어요.
홍대 입구가 워낙 사진찍을 거리는 많은 것 같아요.
3시쯤 도착해서 이것저것 찍고 있었죠.
자유님 반가웠어요.
그날 많은 얘기를 못나눴지요.
너무 머얼리 자리한 관계로…
자전거 바퀴에 걸려진 자물쇠들을 보면 가끔 내발이 묶여있는 느낌을 받곤합니다.
제가 이상한걸까요.^^;;
늦은 이밤. 갑자기 자전거가 타고싶어집니다. 잘 못타는데 말이죠.. ㅎㅎ
자전거는 참 매력적인거 같아요.
저는 밤 10시에 자전거를 끌고 나가 한강변을 돌고 올 정도로 자전거를 좋아하죠.
자전거가 기대고 있지 않고 묶여 있다는것,정말 삭막한 느낌이에요.
음..제 조카이야길 들었는데,교회 안에 세워놓은 자전거를 누가 다 망가트렸다더군요.
쇠로 된것은 다 뽑아서 가져갔다는군요..정말 놀랄일이아닐수 없어요.
고물장수의 짓이라는…..교회 안에서까지 그런나쁜짓하는사람 인격이 궁금하더군요.
도대체 이럿 나쁜짓을 왜 해야 하는지…씁쓸해요..~
바깥에 세워놓더라도 바퀴는 뽑아서 집으로 갖고 들어가는 사람도 봤어요. 자물쇠 채우는 시간이랑 바퀴 뽑았다가 조립하는 시간이랑 비슷하다고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