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관중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8월 11일 경기도 인천의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


처음으로 야외에서 록 공연을 보았다.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구름 관중이란 말은 많이 모였다는 뜻이 아니다.
사람들이 정말 구름처럼 부푼 마음으로 모여
하늘에 둥둥 떠 있는 듯한 구름을 만든다.
말하자면 록 공연에 모여든 관중은
한 명 한 명이 모두 구름의 입자들이다.
많이 모여서 구름 관중이 아니라
구름의 입자가 된 사람들이 모여서
구름을 이루기 때문에
구름 관중이다.
음악이 울리면
마치 수증기의 입자를 모아
몸을 부풀리는 구름처럼
관중들이 무대 앞으로 몰려들어 수를 부풀리며
거대한 구름을 이루었다.
관중들이 구름을 이루는 순간
무대의 공연은 구름 위의 공연이 된다.
모두가 지상에 붙박혀 있으나
그 순간 공연을 관람하는 관중은 모두
구름을 이루며 지상에 떠 있으며
공연하는 록 밴드들은
관중들이 만들어준 그 구름 덕분에
구름 위로 떠오를 수 있다.
가장 낮게 지상으로 떠 있는 구름,
록 공연의 관중들이다.
나도 구름의 입자가 되어 구름을 이루며
하루 종일 록의 음악에 묻혀 부풀었다.
실내 공연에선 맛볼 수 없는 또다른 매력이었다.

2 thoughts on “구름 관중

  1. 록 공연의 관중은 구름의 입자들이기도 하지만,
    그냥 앉거나 서서 공연을 보지 않고 발을 굴러대고 때론 몸까지 굴린다는 의미에서
    또 다른 구름 관중이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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