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이 역앞에
모자를 흘리고 갔다.
머리 부분을 초록색으로 치장하고
테를 좀 두껍다 싶게 처리한 중절모였다.
거인의 종적은 오리무중이었다.
이제 더 이상 거인은 없다는 얘기도 들렸다.
그렇다고 누군가 흘리고간 모자를
무작정 치워버릴 수도 없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거인이 찾으러 올 때까지
모자를 의자로 쓰기로 하였다.
세월이 어느 정도 흐르고 나자
거인이 잊어버린 모자는 사라지고
사람들이 앉아서 쉬는 의자만 남았다.
이제는 거인이 찾아와도
꼴이 우습게 되게 생겼다.
의자를 쓰고 다닌다고
놀림을 받게 생겼기 때문이다.
그걸 아는지
거인은 찾아올 기미를 보이질 않았다.
모자는 여전히 의자였다.
4 thoughts on “거인의 모자”
ㅍㅎㅎㅎ 정말 그럴싸합니다…대형 모자…ㅋ
이제 좀 덜 덥네요
건강 하세요!^^
비온 다음 날은 좀 춥기까지 하더니
그래도 아직 여름 죽지 않았다고 뒤끝 보이나봐요.
오늘은 좀 덥구만요. 도톨님도 항상 건강하길요. ^^
의자의 유래랄까 사물의 변천사에 대한 새로운 학설을 제기하시는군요.
다행입니다, 그래도 그 거인이 저 모자를 원반 던지듯 던진 게 아니어서요.^^
잊어버릴 때도 떨어뜨렸으면 큰일났었을 것 같습니다.
아주 조심스럽게 잊어버리고 간듯 싶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