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흘러내린 강화의 고려산 산자락 끝에
낙조봉이란 이름의 봉우리가 하나 있다.
그 봉우리의 바로 아래쪽으로 적석사란 절이 있다.
타이어의 탄내를 풍기며 아득바득 올라가면
차로 그 절까지 갈 수가 있다.
8월의 더위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기승을 부리던 날,
차로 그 절을 올랐다.
손쉽게 산의 턱밑까지 가고 나니
절의 뒷편으로 아주 가까이 있다는
낙조봉을 욕심내게 되었다.
낙조봉에 오르니
다시 그곳까지 흘러내린
고려산의 꼭대기가 욕심이 났다.
결국 욕심을 이기지 못하고
고려산으로 터덜터덜 걸음을 옮겨놓게 되었다.
흘러내리는 땀과 아픈 다리로 후회가 밀려들 즈음,
소나무 하나를 만났다.
가지를 위가 아니라 옆으로 펼치고 있었다.
가지가 아니라 팔을 펼치고 있는 느낌이었다.
딱 엉덩이 걸치고 앉기에 좋은 높이였다.
누구를 안아주겠다고
이렇게 앉기 좋은 높이로 팔을 펼친 것일까.
나는 마치 그것이 나라도 되는 양,
소나무의 팔에 몸을 맡겼다.
약간의 휴식이 사람을 살만하게 만든다.
때를 맞추어 마치 바닷가에서 식혀온 것이라도 된다는 듯
바람이 지나가며 바람 한 줌을 내게 내민다.
더더욱 살만하다.
산길에서 만난 소나무의 팔에 안겨
마침 얻은 바람 한 줌으로 몸을 식혀가며 잠시 쉬었다.
인생이란 것이 참 우습다.
때로는 엉덩이를 걸친 소나무 가지와
한 줌의 바람만으로도 살만하다.
2 thoughts on “산길의 소나무”
정말 앉기 딱 좋은 높인데요. 여길 찾는 사람마다 그 자리에 앉았을 것 같습니다.
앉아 쉴만한 높이의 가지와 마침 얻은 지나가는 바람은 구약에 나오는 요나서의
박넝쿨 이야기를 읽는 것 같습니다.
저는 산을 종단을 했는데 그 더운데 정상까지 갔다가 다시 적석사로 가는 사람도 있더군요.
바람이 많이도 안불고 간간이 불더라구요.
옛날 사진을 보니 한여름에도 가끔 산에 갔기는 갔더군요.
여름에는 바닷가에서 놀아야 하는데 땀흘리는 재미에 산에 가는 것도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