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좋은 날의 동강 풍경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8월 25일 강원도 영월의 동강변에서

오랫만에 고향에 내려갔다.
내려갈 때부터 하늘의 구름이 좋은 날이었다.
모임은 영월의 거운리라는 곳에서 있었다.
1년에 한두 번 얼굴보는 고향 친구들과의 모임이다.
한 명이 참석을 못하고 모두 10명이 모였다.
거운리는 동강의 래프팅이 끝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날이 좋아서 그런지 래프팅을 하는 고무보트들이
교통 체증을 겪을 정도로 끊임없이 밀려 내려오고 있었다.
우리나라 어디나 그렇지만
영월도 근래 10년 사이에 정말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 듯하다.
처음 차를 산 뒤 그 차를 몰고 고향을 찾은 것이
15년 전쯤 되는 듯하다.
그때 내려온 김에 동강변의 길을 따라 이곳 거운리까지 들어왔었다.
길은 이곳에서 끊겨있었고 강건너로 가려면 배를 타야 했었다.
지금은 물론 다리가 들어서 있고
그때 지금의 강변에 있었던 운치있던 마을은 펜션촌으로 변해 버렸다.
마을만 바라보고 있어도 마음이 차분해지던 시골 풍경이
지금은 와서 놀다가기 좋은 관광지로 바뀌었다.
내가 내려간 8월 25일 토요일도 관광버스들이 끊임없이 몰려들고 있었다.
원래 큰물이 나면 동강물이 뚝을 넘어 물에 잠기기도 했던 마을은
높이를 크게 높인 뚝의 뒤에서 사람들의 안전한 놀이터가 되어있었다.
골뱅이를 건지거나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간간히 눈에 띄었던 강은
이제는 골뱅이 채취가 금지되었고 래프팅하는 사람들로만 넘쳐난다.
골뱅이는 내가 클 때 부르던 이름이고 사람들은 그걸 다슬기라고 부른다.
이곳까지 들어오는 길은 몇년 전만 해도 차와 차가 서로 만나면
한 대가 길의 폭이 여유로운 곳에서 잠시 기다려주어야 하는 곳이었다.
그러니 기다려주는 차속의 사람과 눈을 맞추고 목례라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제는 다리를 건너 길이 끝나는 곳까지 내내 2차로이다.
2차로의 길에선 너와 나랑은 잠시 스치는 인연 뿐이라며
모두가 빠르게 휘익 지나쳐 버린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편해지고 도시화된 것은 아니다.
산은 더더욱 푸르러졌고
산길이 없으면 어디로도 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나무가 무성하다.
강에 들어가 보았더니 강바닥이 미끄럽다.
돌들에 물떼가 앉아 있었다.
아직 올해 들어 큰물이 나가지 않았다는 소리이다.
큰물이 나가면 그 물떼가 씻겨 나가고 그러면 강의 돌들이 미끄럽질 않다.
물떼나 청태가 끼면 그때부터 강물 속의 돌들이 말할 수 없이 미끄럽다.
옛기억을 불러 일으키는 그런 점들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거운리의 다리를 건너 계속 들어가면 길의 끝에서 문산리를 만나게 된다.
영월에 오면 친구를 불러내 운전기사로 삼고
종종 문산리까지 가서 사진을 찍곤 했었다.
래프팅은 문산리에서 출발한다.
다리를 건너면 곧바로
영월의 그 유명한 어라연까지 걸어서 들어갈 수 있는 입구가 나온다.
다행히 어라연은 그곳의 주민들이나 특별히 허가를 받은 사람이 아닌 한
차를 갖고 들어갈 수 없게 통제가 되고 있다.
어라연까지 가는 길은 동강의 왼쪽으로 흘러간다.
산을 하나 넘어가면 그 다음부터는 내내 강과 함께 갈 수 있다.
지난 해, 그러니까 2011년 9월초에 처음으로 그 길을 걸었다.
아직 자연 그대로 보존된 길이었다.
이 강물을 따라 계속 거슬러 올라가면 정선이 나온다.
정선쪽은 어떤가 모르겠다.
언제 고향에 내려가면 정선쪽의 동강변으로 한번 들어가서
아직 먹고 놀고가 주를 이루는 관광으로부터 거리가 먼
그 옛날의 시골 마을과 한번 마주했다 오고 싶다.
그런 곳이 남아있을까에 대해선 자신이 없다.
그래도 강과 구름이 만들어내는 동강변의 풍경은 아름답다.
한동안 컴퓨터 앞에 앉으면 눈이 아팠는데
구름과 강이 만들어내는 풍경으로 눈을 채웠더니
동강의 풍경이 선물한 강원도의 힘으로 눈도 괜찮아지는 듯 싶다.
많이 망가졌다 싶었는데도 이 정도이니
내 고향 영월이 갖는 자연의 치유력은 여전히 그 힘을 잃지 않고 있는 듯하다.
하긴 옛기억을 갖고 있지 않은 외지인들에게
이만한 아름다운 자연이 또 어디에 있으랴.
가끔 옛기억 속의 또다른 고향을 가진 사람에겐
변화와 편리가 아쉬움이 된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8월 25일 강원도 영월의 동강변에서

2 thoughts on “구름이 좋은 날의 동강 풍경

  1. 캬, 산허리를 감고 도는 뭉게구름, 정말 좋습니다.
    래프팅 인구가 정말 많네요. 가을에 어라연 한 번 가시죠?

    1. 2시간반 정도 걸리더라구요.
      아침 일찍 출발하면 가서 어라연 걷고 강에 발도 담그고 영월읍내의 봉래산 올라보고 그러고 올라올 수 있을 듯 싶습니다.
      한번 일정 잡아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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