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람이라도 각자 꾸는 꿈이 다르듯이
같은 호박이라도 모두 다른 꿈을 꾼다.
호박 하나는 둥근 보름달을 꿈꾸었다.
아마도 추석 때쯤 사람들이 올려다보면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는
둥글고 원만한 그 모습이 좋아서 였을 것이다.
밤마다 세상으로 쏟아지는 달빛을 받아가며
호박은 그 꿈을 차곡차곡 그 안에 쌓았다.
그리하여 호박의 꿈이 이루어지던 날,
밭에는 호박이 아니라
잘익은 보름달 하나가 둥실 떠 있었다.
그 호박을 가져다 먹은 사람은
그 날밤 뱃속이 보름달처럼 환해졌다고 한다.
또다른 호박 하나는 꽃을 꿈꾸었다.
호박꽃이 필 때 그 꽃을 고집한 것이 아니라
삶을 그냥 꽃으로 가꾸고 싶었다.
그 꿈이 이루어진 날,
어느 집의 마당 한켠에는 호박이 아니라
꽃잎을 가지런히 펼친 꽃 하나가 피어 있었다.
그 호박을 가져다 먹은 사람은
그 날부터 마음이 꽃처럼 예뻐졌다고 한다.
가끔 우리는 호박을 먹는다고 생각했는데
호박이 아니라 호박의 꿈을 먹을 때가 있다.
호박을 먹으면 배가 부르는데 그치지만
호박의 꿈을 먹으면
마음이 보름달처럼 밝아지기도 하고
또 꽃처럼 예쁜 마음을 얻게 되기도 한다.
2 thoughts on “호박이 꿈꾼 달과 꽃”
상상력의 지평을 열어 주셨으니,
보름달 호박은 노란 수박이나 야자열매 또는 공룡알 같아 보이고,
꽃으로 활짝 핀 호박은 신비의 조개 껍질 같아도 보이는데요.
호박 덩쿨이 사실 공룡처럼 크게 퍼져나가긴 해요.
조개껍질 같은 호박은 바닷가로 데려다 줄까봐요.
그리웠던 파도 소리 실컷 듣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