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두물머리 나가는 길.
하늘이 푸른 빛 넓은 화판에
구름으로 그림을 그려 반겨주었다.
두물머리에 도착하자
그곳에서 나를 반겨준 풍경.
논에선 벼가 익어가고 있었다.
논과 강의 사이에선
나무 두 그루가 여름내 키운 잎들로
둥글게 몸을 부풀리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 보면
구름이 길게 꼬리를 끌며
하늘을 날고 있었다.
그냥 이 정도면 풍경만으로도
두물머리는 소중한 곳이 아닌가.
윤종일 신부님이
두물머리의 나무 십자가 앞에 서 계시다.
4대강 사업 반대 단식 기도로
두물머리 저항의 물꼬를 텄던 분이다.
마지막 미사를 하루 앞둔 일요일날,
우리 너무 대견하지 않냐고 하셨다.
신부님 말씀대로였다.
겨울철이나 비올 때
생명평화미사 장소로 사용되었던
비닐 하우스 성당의 위로
오늘은 구름이 가득이다.
여름의 날좋은 날엔
비닐 하우스 성당의 바로 옆에서
야외 미사가 열린다.
마지막 미사를 하루 앞두고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처음에는 위쪽으로 새로운 가지가 나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나무 십자가는
올해는 아래쪽에서 새로운 가지를 냈다.
위쪽으로 가지가 난 것은
버드나무가 남아있는 제 몸의 물로
생명을 키워내려는 안간힘의 결과라고 한다.
한해를 그 안간힘으로 버티면서
살아있다는 신호를 보내더니
올해는 아래쪽에서 난 새로운 가지로
이제 뿌리를 내려 새생명이 탄생했음을 알렸다.
어딘가 수도원으로 옮겨간다고 한다.
구름을 뚫고 내려온 빛이 십자가와 맞물려
몽환적인 분위기가 되었다.
이 풍경을 지켜낸 농부님들, 신부님들,
그리고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부디 농부들이 만들어내는 자연 풍경을
계속 이곳에서 카메라에 담아낼 수 있기를.
2 thoughts on “구름이 좋은 날의 두물머리 가을 풍경”
저는 두 번째 사진이 정말 맘에 드는데요. 내셔널 지오그래픽 감입니다.^^
어제 저희도 아침 교회 가는 길에 하남-미사리-천호대교-신설동에서 바라보는
구름 풍경이 참 풍성하다 싶었는데, 두물머리에서 그 절정을 이루었군요.
저 신비한 십자가 나무는 옮겨 심으면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오늘이 마지막 미사인가요?
오늘이 930번째로 마지막 미사라고 합니다.
이곳의 십자가가 10개 정도인 것 같은데
그중 절반 정도가 나무로 살아난 것 같습니다.
오늘이 마지막 미사라 와서들 사진찍고 가라고 하더라구요.
신부님이 강정과 쌍용차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
다시 만나자고 하시더라구요.
저에겐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