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곳을 오래간만에 다시 찾는 경우가 있다.
오랜 시간은 기억을 지워버리고
그러면 다시 찾은 곳은
내가 정말 이곳에 왔던가를 되묻게 하는
생소한 곳이 되고 만다.
하지만 사진은 우리가 잃어버린 기억을
빛하나 바래지 않도록 잘 간직했다가
우리에게 그대로 내민다.
올여름, 강화의 고려산에 갔었다.
처음 그 산을 찾았을 때
매년 진달래가 필 때마다
그 산을 찾게 될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러나 그 예감은 예감으로 끝나고 말았다.
옛사진을 들추어보니 처음 그 산에 갔던 것이 6년전의 일이다.
2006년 4월의 꽃피던 시절에 처음 그 산을 찾았고
그 다음 해에도 나는 다시 봄날의 어느 날 그 산에 있었다.
그리고는 한해를 쉬고 2009년에 다시 그 산을 찾았다.
그 뒤로 고려산은 내 머리 속에서 잊혀져 있다가
3년의 세월이 흐른 올해
뜻하지 않게 한여름에 다시 그 산을 올랐다.
6년의 세월을 사이에 두고
올해의 고려산과 그동안에 올랐던 고려산을 번갈아 들여다 보았다.
사실 6년전의 이 사진을 보면서 멀리 솟아 있는 산이 반가우면서도 낯설었다.
왜냐하면 그 때는 이 산의 존재를 잘 몰랐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길을 잘못들어 고려산이 아니라
멀리보이는 바닷가의 이 산으로 차를 몰아갔었다.
고려산이려니 했던 이 산은 우리에게 혀를 낼름 내밀며
나는 별립산이네라고 했다.
오래 전 고려산에 올랐을 때
사진은 찍어두었지만 산의 이름을 몰랐던 산을 올해 챙기게 되었다.
가까이 보이는 고려산 산자락의 분홍빛 진달래 군락은
우리가 산을 찾은 것이 4월임을 알려준다.
2007년에도 다시 고려산을 찾았다.
이때는 청련사에 차를 세우고 다소 길게 걸었다.
멀리 역시 별립산이 보인다.
별립산은 강화의 다른 산들과 이어져 있질 않고
저 혼자 뚝 떨어져 있어서 별립산이란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2009년에도 멀리 보이는 별립산의 모습은 여전하다.
별립산의 산아래쪽에 산과 마주하고 있는 교동도로 들어가는 항구가 있다.
다리 공사를 하고 있어 곧 차로 갈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올해의 사진이다.
별립산이 확연하게 보인다.
이는 고려산에서 찍은 것이 아니라
고려산에서 흘러내린 산맥을 타고 가다 만나는 낙조봉에서 찍은 것이다.
한여름의 논이 만들어낸 문양이 보기에 좋다.
고려산 정상으로 가던 길에 중간에 찍은 사진이다.
떠날 때 서울의 구름이 좋아 큰 기대를 했었으나
바닷가에 도착하자 하늘이 흐릿해져 있었다.
구름이 그려주는 뜻밖의 풍경은 얻지 못했다.
다시 2006년이다.
고려산 정상에서 남쪽으로 본 모습이다.
길 하나가 산허리를 타고 바닷가로 흘러간다.
꽃필 때 이 길이 참 예쁘다.
봄이라 길이 아주 확연하게 보인다.
한여름에는 고개를 넘어가는 길이 그렇게 확연히 보이질 않는다.
읍내에서 이 길을 타고 넘어가는 것이
외포리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 아닐까 싶다.
강화의 고천리 풍경이다.
멀리 보이는 바닷가에 석모도로 들어가는 외포리 선착장이 있다.
2007년의 풍경이다.
오른쪽 끝으로 보이는 커다란 섬이 석모도이다.
항상 갈 때마다 정상에서 고천리 방향의 풍경을 찍어둔 것을 보면
이 마을 풍경이 괜찮아 보이는 것 같다.
오른쪽으로 저수지의 일부가 보인다.
내가저수지로 알고 있었는데 지도를 찾아보니 고려저수지라고 나온다.
저수지와 석도모가 모두 한눈에 들어온다.
여름이라 봄과 달리 세상이 온통 푸르다.
고천리는 적석사로 들어가는 길이 있는 동네이기도 하다.
적석사로 올라가면 낙조대와 낙조봉을 거의 거저 오를 수 있다.
6년전의 하늘에는 구름이 좀 있었으나
6년뒤의 여름 하늘은 뿌옇게 흐려있었다.
그러나 지상의 풍경은 짙은 초록으로 아주 맑았다.
하늘은 짐작을 하기 어렵게 흐리거나 맑지만
땅은 겨울에는 흐리고 여름은 내내 맑다.
2 thoughts on “강화 고려산,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중간쯤 되던 해에 진달래 보러 동행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 사진처럼 만발하진
않았지만 저로선 진달래 지천인 숲을 처음 걸었던 인상적인 시간이었습니다.
강화도는 고려산에 별립산에 바다를 끼고 있어 볼 것도 많고 오가며 먹을 것도
많지만, 주말 교통체증을 피할 수 없다는 게 발걸음을 주저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2009년이 함께 갔을 때더라구요.
지금도 주말에는 여전히 차가 좀 밀리는 것 같기는 했습니다.
물론 그때처럼 무지막지하게 밀리진 않았지만요.
주말에 가서 여기저기 바닷가 쏘다니는 것은 괜찮을 듯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