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 바다, 그리고 저녁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10월 10일 인천 영종도의 용유도 해변에서

갈매기들아, 갈매기들아,
바닷가에 모여서 뭐하고 있는 거니?

바다가 해변으로 퇴근하는 길이라
모두 모여서 바다를 마중하고 있는 중이야.

바다도 퇴근을 하니?

그럼, 바다의 퇴근을 일러 밀물이라고 하는 거야.
출근은 썰물이라고 하지.
퇴근한 바다는 해변의 모래밭에서 뒹굴며 잠시 쉬다가
시간이 되면 다시 바다로 출근을 해.

아, 그런 거구나.
저기 저기 갈매기들도 바다를 마중 나온거니?

아니야.
우리는 서쪽 하늘로 퇴근 중인 하루를 배웅하고 있는 중이야.
하루는 꼭 저녁 때가 되면
여기서 수평선 너머로 퇴근을 하곤 해.
서쪽 바다에서 하루는 언제나 퇴근만 해.
하루가 서쪽에서 출근하면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는 얘기가 있지.
아직까지 한번도 그런 경우는 보지 못했어.
하루의 출근을 보고 말겠다는 갈매기들이 모여 사는 곳이 동해 바다야.
걔중에는 하루의 출퇴근을 다 보겠다며
남해로 간 녀석들도 많아.

용유도 해변에서 갈매기들의 마중과 배웅을 받으며
바다와 하루가 퇴근하고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10월 10일 인천 영종도의 용유도 해변에서

4 thoughts on “갈매기, 바다, 그리고 저녁

  1. 영종도 저길 한번 가면 좋겠네요.
    갈매기가 파도를 쪼아 먹는지
    파도를 주둥이에 묻히는지
    파도를 발에 감고 장난치는지…ㅎ

  2. 그래서 그런 건지, 공교롭게도 저 많은 갈매기들의 시선이 다 한 방향이네요.^^
    새들의 감각은 알아줘야 할 것 같아요.

    1. 갈매기들이 중구난방으로 날고 뛰고 할 것 같은데
      사진찍을 때보면 일렬로 앉아서 구도 잡기 좋게 해주곤 하더리구요. ㅋㅋ
      이 날도 갈매기 없었으면 아주 허전했을 뻔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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