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영월의 모운동에 다녀왔다.
시인 이재훈의 고향이다.
언제부터 모운동이 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자랄 때만해도 모운리였다.
모운리에 대한 추억은
아주 아득하게 1981년으로 거슬러 오른다.
햇수로 따져보면 31년전의 추억이다.
그러나 년도의 기억은 짐작일 뿐이다.
1981년은 고향 친구 두 명이 군대를 간 해이다.
내가 대학에 들어간 해이기도 하다.
아마도 겨울방학 때 고향에 내려갔다가
군입대를 앞둔 고향 친구 두 명과 함께
그곳을 간 것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그곳을 찾아간 년도가 1981년이 아닐까 짐작하고 있다.
그곳에는 우리의 여자 친구 한 명이
우체국에서 교환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우리는 영월에서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모운리로 들어갔었다.
당시에 그곳으로 가는 길은 비포장 도로였고
비라도 많이 오는 날이면 버스가 다니질 못하는 곳이었다.
가는 비가 뿌리는 가운데 모운리를 들어간 우리는 흩뿌리는 비를 보며
이러다 오늘 다시 영월로 나가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했었다.
운좋게 오후에 비가 그쳤다.
길은 버스 한대가 겨우 지나는 좁은 길이었고
맞은 편에서 차라도 오면 서로 비킬 수 있는 곳까지
차 한대가 후진을 해야 했다.
다행이 마주 오는 차는 없었다.
여자 친구가 사준 술에 크게 취했던 우리는
영월로 나오는 길에 중간에서 버스를 내려야 했고
승객들이 킥킥대며 기다리는 가운데 길가에서 실례를 해야 했다.
그것이 모운리에 대한 나의 첫 기억이다.
그 다음의 기억은 2003년에 만들어졌다.
고향 친구들을 만나러 내려간 길에
그녀와 함께 새벽녘에 모운리로 올랐었다.
추억은 그 다음 해인 2004년에도 있었다.
그 다음 해는 그녀의 친구들과 일행을 꾸려 영월로 놀러간 길에
또 새벽녘에 모운리에 올랐다.
그리고 2004년으로부터 8년의 세월이 흐른
2012년 10월 13일 다시 모운리를 찾았다.
이제는 모운동으로 불리고 있었다.
사진을 뒤적거려 보니 2004년 그때의 사진이
오늘 찍어온 사진과 겹친다.
멀리서 보기에는 그때는 전봇대가 없었고
지금은 전봇대가 많이 서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그때와 달리 많은 변화가 있었다.
폐광촌의 전형적 쓸쓸함을 담고 있던 마을이
이제는 사람들이 귀농하기도 하는 활기찬 마을로 바뀌어 있었다.
운동장에 잡초가 무성했던 폐교는 고급 펜션으로 모습을 바꾸었다.
2004년의 사진에서 오른쪽 위로 보이는 커다란 2층 건물이 모운초등학교이다.
학교 건물의 규모가 예전에 이 마을에
얼마나 많은 인구가 북적되었는지를 잘 말해준다.
아래 사진에선 같은 위치의 건물이 건물 위쪽만 살짝 보인다.
8년 동안 학교 주변의 나무들이 2층 건물을 가릴만큼 자랐다.
나무들이 내가 상당히 오랫만에 이곳을 다시 찾았다는 사실을 키로 말해준다.
2003년이나 2004년에는 마을이 죽은 듯 조용했었는데
이번에는 피아니스트 이루마가 찾아와 공연 준비를 하고 있었고
그 때문에 마을이 떠들썩했다.
2004년 사진과 이번에 찍어온 사진에서 확연하게 같은 부분은
오른쪽 아래편으로 보이는 팔각지붕 비슷한 건물인데
이 건물은 구세군 영월복지관 건물로 2002년에 지어진 건물이다.
모두 네 번의 추억 가운데
2003년과 2004년의 추억만 비슷하고
모운동은 찾아갈 때마다 내게 다른 추억을 안겨주었다.
모운동에 관하여 나는 이제 세 가지의 추억을 갖게 되었다.
4 thoughts on “강원도 영월 모운리의 추억”
아고~ 너무 오랜만에 들어왔어요.
ㅎㅎ
근데 잘 계시죠?
주대 시인 시집을 읽고 있으니 잘 지내고 있는 겁니다. ^^
틀린 그림 찾기 하면 재밌을 것 같은데, 정말 전봇대가 많아졌는데요.
어제 저 마을에 가 보고, 돌아오는 길엔 저 지점에서 조망하는 즐거움도 누렸죠.
추억의 한 장에 함께할 수 있어 더 끌리는 사진이 됐네요.^^
2003년에 갔던 기억은 분명해서 사진을 뒤져 보다가 어, 여기는 한번 갔던 곳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곳에서 찍은 사진을 기억하는데 그 사진들이 2003년의 사진들 속에 없었거든요. 그래서 뒤져보니 2004년에도 갔더라구요. 요 위쪽에 그림 같은 다른 마을이 하나 더 있었는데 주로 그 마을 사진을 많이 찍어 놓았더군요. 다음에 가면 그 윗마을에도 한번 들러보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