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그곳에서 마주한 것은 아침이었다.
2004년의 일이었다.
첩첩이 포개진 산의 윤곽을 따라
하얀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다시 그 자리에 섰을 때,
이번에 마주한 것은 저녁이었다.
2012년 바로 올해이다.
여름이었던 계절은
가을로 밀려와 있었다.
해는 완연하게 기울어
서쪽으로 낮게 걸려 있었다.
그곳에서 아침을 본 후로
저녁을 마주하는데 8년의 세월이 걸렸다.
강원도 영월의 예밀리 산길에서 마주한 나의 하루가
아침으로 시작하여 저녁으로 마무리되는데
8년의 세월이 걸렸다.
아마도 그곳에선 정말 그처럼
천천히 하루가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천천히, 천천히, 8년에 하루씩.
뜻하지 않게 오래 전의 길에 다시 서고 보니
어느 날 한적한 시골을 찾아 아침만 그곳에서 맞이하고
하루를 오랫동안 그 자리에 묶어놓았다가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예전의 그 자리에서 저녁으로 마무리하는 것도
아주 괜찮은 여행이다 싶었다.
(좋은 풍경 감상하시라고 사진을 보통 때보다
좀더 큰 것으로 올렸다.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다.)
4 thoughts on “강원도 영월 예밀리의 산길에서 마주한 아침과 저녁”
첩첩산중 아스라이 희미해져가는 산새풍경도 좋고
새털구름 사이로 흩어지는 햇살도 좋고.
저만 이 풍경을 못담은 아쉬움이 크네요.
제가 찍은 거 양도해 드릴까요?
구름이 좋아야 풍경도 사는 듯 싶어요.
이날 정말 구름이 좋아서 풍경이 살아난 것 같습니다.
강원도의 첩첩산중 풍경 중 하나를 함께 바라보는 즐거움을 저도 느꼈죠.
그것도 끝내주게 날씨 좋은 날 산꼬라데기에서 말이죠.^^
모운동, 예밀리. 동네 이름이 참 예뻐서 더 정감이 가는 동네였죠.
집에 와서 옛날 사진을 뒤져보니 2004년에는 요 위쪽으로 더 높이 올라갔다가 내려왔더라구요.
위쪽으로 망경대산이라는 산이 있는데 차로 900m 정도까지 올라갈 수 있더라구요.
요기도 날로 먹는 산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