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소박한 거야?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10월 10일 인천 영종도의 용유도 해변에서

영화를 보는데 대사 하나가 흘러나온다.
“내가 바라는 사랑은 소박한 거야.
내게 있어 사랑은 저녁놀을 함께 바라보는 거야.”

나의 반응:
아니, 그게 정말 소박한 사랑이야?
그 저녁놀이 비행기를 타고 가서
하루 20만원짜리 호텔에 묵으며 바라보는
보라카이 해변의 저녁놀인데도?
그 저녁놀이 초호화 요트에 몸을 싣고
우아하게 와인을 한잔 걸치며 바라보는 저녁놀인데도?

영화의 대사는 계속된다.
“내가 바란 사랑은 아주 소박한 것이었어.
내가 원한 건 그저 딱 한번 날 바라봐 주는 것이었어.”

나의 반응:
아니, 그게 정말 소박한 거야?
딱 한번 바라보고 영원히 시선 고정인데도?

대사는 또 이어진다.
“난 큰 걸 바라지 않아.
나는 행복이 작은 것들 속에 있다고 생각해.”

나의 반응:
아니, 정말 그런 거야?
그 작은 게 1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인데도?
그 작은 게 2인용 스포츠카 페라리인데도?

영화 속에선 주어를 없애버린 명바구식 대화와
괘종시계를 하나 사면서 이렇게 큰 거 샀으니
작은 손목시계 하나 끼워달라는 식의 대화가 계속되고 있었다.

2 thoughts on “정말 소박한 거야?

  1. 어제 저도 마침 해질녘에 인천공항 카고에 갈 일이 있었는데,
    저 사진만큼은 아니어도 차창에서 바라보는 저녁놀이 볼만하더군요.
    두 번째 소박한 사랑에서 빵 터졌습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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