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초승달이 서쪽 하늘에 걸렸다.
저녁놀이 진홍빛으로 아주 곱게 물든 하늘이었다.
들쭉날쭉 윤곽선을 그리며 하늘을 파고든 건물들이
모두 그 하늘의 저녁빛과 초승달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었다.
저녁을 보내기에 아주 좋은 자리였다.
며칠 뒤 같은 자리를 올려다 보았더니
달은 보이질 않고
대신 구름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달은 오늘따라 왜 늦는 것일까.
하늘을 살펴보았더니
달은 반을 넘게 채운 몸매로
동쪽 하늘에 머물러 있었다.
달은 초승 무렵에는 날렵한 몸매로
제 시간에 맞추어 저녁을 보내기 가장 좋은 자리로 걸음하지만
몸이 불어나면 걸음이 무거워져
멀리 동쪽 하늘에서 저녁을 보내며
좋은 자리는 언제나 몸이 가벼운 구름에게 양보한다.
2 thoughts on “달과 구름”
아직 저나 털보님이나 손주 볼 날이 멀었지만^^, 이 다음에 아이들에게 들려줄
좋은 이야기거리를 얻어 갑니다. 저녁 하늘 풍경에서 이런 재밌는 이야기를 캐내는
털보님의 동화적 상상력에 아침이 즐거워집니다.
내일도 이맘 때 여기서 달사진 찍어야지 했는데..
다음 날보니까 그 시간에 상당히 동쪽에 머물러 있더라구요.
그러더니 반달 넘기고선 아예 동쪽으로 완전히 치우쳐서
이게 달이 해와 달리 하루의 변화가 아주 크구나 하는 걸 알게 되었어요.
다음 달 10일경이 초승의 반대쯤 되는 그믐 시기인데
그때는 저녁 때 어디쯤 떠 있을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아이패드가 생겨서 달관련 앱을 하나 받았더니 이렇게 저렇게 써먹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