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어떻게 오는가.
아파트의 담장에서 맞이한 담쟁이의 가을은
벽을 타고 붉게 밀려왔다.
가을색에 곱게 물든 떨어진 낙엽의 가을은
그 가을을 환하게 밝히는 오후의 햇볕으로 와서
한참을 머물다 갔다.
나무 아래쪽의 승용차 위로 몸을 날린
어느 은행잎의 가을은
노란 백조의 우아한 꿈으로 왔다.
길가의 가로수에선
물이 잘든 나뭇잎을 가지끝에 걸었을 때
드디어 가을이 왔으며
그 가을로 거리가 가득찼다.
우리 아파트 느티나무의 가을은
느티나무의 염색한 머리 빛깔로 왔다.
느티나무는 매년 가을을 맞을 때마다
심하게 가을을 탔고
그때면 머리를 물들여 그 마음을 가을로 달랬다.
우리 집 거실의 가을은
여름내내 베란다만 흘낏거리다가
드디어 거실로 슬그머니 발끝을 들이민
가을 햇볕의 깊숙한 걸음으로 왔다.
2 thoughts on “가을은 어떻게 오는가”
담쟁이를 물들인 가을색이 참 아름답습니다.
가을색의 다양한 변주를 즐기기에 아주 좋은 시월 말인데, 새벽부터 비가 오네요.
상당히 많이 오는 듯 싶습니다.
여름에는 요런 날도 사진찍을만한데.. 가을이라 그런지 많이 쌀쌀합니다.
오늘은 그냥 일이나 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