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바깥은 어디나
냉기가 횡행하는 한겨울이었다.
바깥으로 내몰린 아파트의 난간에는
고드름이 하얀 근육을 울끈불끈 세우며
난간에 매달려 있었다.
싸늘하게 식은 철재 난간과
하얗게 얼어붙은 고드름은
마치 우리들이 손을 맞잡고 온기를 나누듯이
서로의 냉기를 나누고 있었다.
둘은 햇볕의 질투를 가장 무서워했다.
거실은 유리창 하나로는 부족하여
또 하나의 유리창으로 다시 한번 겨울을 뿌리치며
집안으로 몸을 움추렸고 그 움추린 집안의 품안에선
집안에 모아진 온기에 얼굴을 부비며
게발 선인장이 꽃을 피웠다.
바깥에선 고드름이 겨울을 움켜쥐고 있었고
안에선 선인장의 꽃이 봄을 움켜쥐고 있었다.
양쪽을 훤히 다 들여다 보면서도
유리창은 어느 편도 들지 않고
그냥 투명하게 서로를 지켜보기만 했다.
2 thoughts on “고드름과 꽃”
가을이 한참인데 계절을 하나 앞서가시나 했는데 둘이나 멀리 내다보시네요.^^
옛날 사진 들춰 보다가 얘기거리 되겠다 싶어서 하나 올려봤습니다.
고드름 잡힌 날 집안에 들여놓은 화분에선 꽃이 피었더라구요.
지난 겨울도 많이 추웠는지 베란다 화분은 비닐로 덮어놓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