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을 마련했을 때,
나는 집에 있는 조그만 마당의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그 마당에 잔디를 깔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좀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그냥 그 콘크리트를 그대로 두고,
가끔 망치로 콘크리트 여기저기를 두들겨서 깨두는게 어떨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러면 콘크리트가 깨져 균열이 생기고
마당은 마치 그물처럼 금이 가겠지요.
마당을 틈하나 없이 콘크리트로 덮어 놓았을 때는
콘크리트 이외에 아무 것도 없습니다.
촘촘하기 이를데 없는 그물이죠.
그렇지만 콘크리트를 망치로 두들겨 균열을 만들고
콘크리트 조각들 사이에 틈을 내놓으면
그 빡빡하던 콘크리트 마당이 코가 넓은 그물처럼 벙벙해지겠지요.
놀라운 건 세월이 지나면 언제 어디서 날아온 것인지 알 수 없는데
그 옹색한 콘크리트 조각의 틈새 사이에서 이름없는 풀들이 고개를 내민다는 겁니다.
그물코가 너무 촘촘하면 고기를 아주 많이 잡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아마도 고기의 씨가 말라버릴 겁니다.
그러니 그건 고기를 잡는 그물이 아니라 사실은 바다의 씨를 말리는 그물입니다.
콘크리트 마당은 아예 그물코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촘촘하기 이를데 없는 그물입니다.
그 그물엔 모든 것이 잡힐 것 같지만
그물이 한번 훑고 지나간 뒤로는 모든 것의 씨가 말라버려
그물밖에는 아무 것도 걸리지 않습니다.
오늘 아침, 콘크리트 마당을 여기저기 두들겨서
그 빡빡한 콘크리트 마당을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놓고 싶습니다.
세월이 지나면 그 조각들 사이의 좁은 틈새에 풀들이 삶의 둥지를 틀겠지요.
그러면 아마도 우리 집의 콘크리트 마당이 풀들로 엮어놓은 그물로 보일 겁니다.
혹시 알아요.
그날부터 그 풀의 그물 사이에서 콘크리트 조각들이
바다처럼 넘실거리게 될지.
그럼 그때부터 우리 집 마당은 아침마다 바다를 한가득 낚아올리는 그물이 되지 않겠어요.
오늘 아침, 이상하게 마당의 콘크리트를 두들겨서 틈새가 숨쉬는 곳으로 나누어 놓고 싶군요.
10 thoughts on “풀의 그물”
해피 추석 되세요~ 또 어디 여행가시려나?
젊게 사시는 두 분 모두 편안한 날들 되시길 바래요.
이젠 젊어지다 못해 철도 없어진 느낌이예요.
언제나 자리에 계시네요?^^
일하시느라 고향엔 안가시죠?
전 집에(친정)갈때 카메라 꼭 챙겨서 그림같은 풍경들 담아오려구요.
바빠도 자주 들르겠지만 그래도 인사할게요.^^
즐겁고 재미난 추석보내세요.^^
어제 놀러갔다가 밤 1시가 넘어서 들어왔는 걸요.
아주 이상한 여행이었어요.
통통이는 어제 태어나서 가장 많이 걸었다고 지금 녹초가 되어 누워있어요.
저희집은 마당이 없어요.ㅎㅎ
동원님의 좋은이야기 감사합니다.
고향이 어디신지 추석은 어디 가십니까?
저는 부산엘 갈지 모르겠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한가위 되세여! 아울러 제집에도 한번씩 답방해주세요.ㅎㅎ
고향은 강원도 영월인데 서울로 이사온지가 오래 되었어요.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편안하고 건강한 추석 보내세요~~
대관령 옆에 있는 선자령으로 놀러갔다가 지금 들어왔네요.
바둑이님도 즐거운 추석 보내시길.
저희집 마당은 무지 오래되어서 현관들어가는 쪽은 타일이 깔려있지만
그외엔 시멘트가 발라져있어요. 무지 지저분하죠.
새로 깔끔하게 타일로 모두 붙여버리고 싶지만 집이 또 낡았어요.ㅋㅋ
지난 연말엔 이 집을 허물고 새로 짓자고 업자까지 불러다 견적을 내곤했는데
주택가이고 옆집들과 붙어있기때문에 우리 집만 멋지게 언덕위의 하얀집을
짓는다고해도 오히려 우스꽝스러울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냥 살다가 근처에 새로 지은 아파트로 가기로했어요.ㅋㅋ
아파트로 가실 때 꼭 말씀해 주세요.
축하해 드리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