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베란다에 서면
눈앞은 거의 온통 크고 작은 연립과 아파트들이다.
모두 콘크리트 건물들이다.
콘트리트 건물들은 계절을 모른다.
계절이 왔는지 가는지 표정의 변화가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건물들 사이사이로
나무들이 서 있곤 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선입견은
아파트하면 삭막한 거주 시설을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아파트 단지는
일반 주택이 몰린 골목보다 더 나무가 많다.
우리 집의 베란다에서 내려보이는 풍경들 속에서도
가장 나무가 많은 곳은
왼쪽 편으로 자리한 우성아파트이다.
겨울의 그곳에선
나무들이 가지를 비워
계절이 어디쯤 서 있는지 알려준다.
지붕을 넘볼 듯이 크게 자란 나무는 메타세콰이어이며
아파트를 병풍처럼 둘러싼 나무들은 모두 은행나무이다.
바람이 강하게 부는 여름 날엔
그곳에서 초록 물결이 일렁인다.
이제 가을이니 곧 은행나무들이
노란 빛으로 치장을 할 것이다.
성급한 나무 몇몇은 벌써 가을색의 절정에 올랐다.
표정없는 아파트와 콘트리트 건물들의 사이에서
나무들이 계절을 불러와 채우고 비운다.
2 thoughts on “나무와 계절”
아파트 단지들마다 심는 나무가 비슷한 것 같아요. 요즘 저희 아파트 단지도
처음 심을 때완 달리 키가 너무 커져 보기엔 좋지만, 태풍 같은 큰 바람이 불면
쓰러지기라도 해서 저층 베란다 유리창에 피해를 줄 염려가 있는 메타세콰이어
같은 큰 나무들을 전지작업하겠다는 공지가 엘리베이터와 게시판에 붙어 있더군요.
이 우성아파트랑 명일동의 삼익아파트가 저의 단골 출사지이기도 해요.
나무도 많고 아파트 밑을 따라 화단이 빙둘러있어 사진찍을게 많더라구요.
오늘 남한산성 가다가 삼익아파트도 슬쩍 봤는데 단풍이 좋더군요.
내일은 삼익아파트를 돌아볼까 생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