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숲과 가을숲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4월 27일 경기도 하남의 남한산성에서

봄에는 숲에 신록의 빛이 차오르고 있었다.
얼마나 눈이 부셨는지 모른다.
신록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색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가을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가을의 숲에 가자
울긋불긋한 단풍의 색으로 숲이 차올랐다가
이제 서서히 그 색을 비워가고 있었다.
역시 숲의 색은
가을이 가장 아름답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지난지 몇달밖에 되지 않았건만
봄 생각이 눈꼽만치도 나질 않았다.
우리는 봄이나 가을에 숲에 서면
다른 계절은 모두 까마득하게 잊는다.
눈내린 겨울의 산에 가면 또 우리는
다른 계절을 까맣게 잊을 것이다.
눈앞의 아름다움은 너무 강렬하여
항상 우리의 지난 기억을 모두 지워버린다.
그러니 지금은 누가 뭐래도
가을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10월 29일 경기도 하남의 남한산성에서

2 thoughts on “봄숲과 가을숲

  1. 자연의 자연스런 치장을 알아봐주고, 그 계절의 호흡을 함께 즐거워하며 기뻐하는
    것이 우리의 책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낍니다. 그래서 산에 가는 거겠죠.^^

    1. 가을에 취해있다가 봄풍경이 궁금하여 사진을 뒤졌더니 봄도 가을에 못지 않고.. 심지어 겨울이나 여름도 아름답기 그지 없더군요. 사계절을 복받으며 사는 건데 항상 한계절의 복만 챙기는데 급급한게 우리들이 아닌가 싶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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