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동안의 사계

매년,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과 겨울의
네 계절을 보낸다.
봄과 여름은 따뜻하고 더우며,
가을과 겨울은 선선하고 춥다.
계절로만 보면 한해를 보내면서
우리는 따뜻하고 더우며,
그러다 선선해서 좋고 또 추워서 몸을 움추린다.
지금은 그중 가을을 보내면서
겨울을 맞는 시기에 서 있다.
단풍이 고운 시절이다.
단풍의 아름다움은 역시 계절 가운데서 최고는
가을이란 생각을 절로 들게 만든다.
하지만 계절마다 모두 고유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
가끔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 마음의 병을 앓는 이들이 있어
계절의 변화가 달갑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바뀐 계절이 안겨주는 제철의 아름다움을 맛보는 것은
역시 그 계절만의 큰 혜택이다.
지난 3년 동안 매년 네 계절의 순환이 어김없이 반복되었다.
한자리에 모아본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4월 17일 경기도 하남의 객산에서

봄은 온다.
진달래의 분홍빛으로.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8월 26일 강원도 영월에서

여름은 온다.
초록빛으로 부풀어 오르면서.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10월 29일 경기도 성남의 남한산성에서

가을은 온다.
붉디 붉은 뜨거운 빛깔의 단풍으로.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2월 7일 서울 천호동에서

겨울은 온다.
잎을 비운 자리로 들어찬
나뭇가지 사이의 푸른 하늘빛으로.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4월 16일 서울 명일동의 삼익아파트에서

봄은 또 온다.
팝콘을 터뜨리듯 가지끝에 꽃을 매단
벚꽃 놀이의 밤으로.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8월 14일 경기도 팔당의 두물머리에서

여름은 또 온다.
푸른 잎을 두들기며 그 잎사귀 모두를
빗방울 보석으로 장식해주는 한줄금의 소나기로.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1월 5일 서울 천호동에서

가을은 또 온다.
노랗고 빨간 단풍과
아직 남아있는 여름에 대한 미련을 뒤섞어
화려하게 한 계절을 수놓으며.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월 23일 경기도 팔당의 두물머리 강변에서

겨울은 또 온다.
세상을 향해 모두 순수로 돌아가라고 말하는 하얀 속삭임으로.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4월 19일 서울 강남의 구룡산에서

그리고 또 봄이 온다.
은하수처럼 가지를 타고 흐르는 진달래꽃의 분홍빛으로.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6월 2일 경기도 팔당의 예봉산에서

그리고 또 여름이 온다.
그 품에 몸을 묻으면 노화된 세포들이 모두 되살아나
푸르게 숨을 내쉴 듯한 초록빛 숲으로.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11월 18일 서울 강남의 봉은사에서

그리고 또 가을이 온다.
마치 뜨겁게 끓는 사랑을 그대로 담아
바깥으로 꺼내놓은 심장처럼
붉디 붉어서 금방이라도
핏빛으로 솟을 것만 같은 단풍잎으로.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2월 11일 서울 남산에서

그리고 또 겨울이 온다.
벚꽃보다 더 흐드러지게 피어
가지를 채우다 못해
허공으로 하얗게 넘쳐나는 희디 흰 눈꽃으로.

4 thoughts on “3년 동안의 사계

  1. 와~ 3년치 사계를 날로 먹었네요.^^
    문득 개콘의 한 코너인 <문재야>에서 쇠고기 형님 생각이 났습니다.
    가을이 오면 모하겠나? 소고기 사 먹겠지.
    소고기 사 먹으면 모하겠나? 다시 겨울이 오겠지.
    겨울이 오면 모하겠나? 출출하다고 소고기 사 먹겠지 …

    1. 봄이 온다. 봄이 오면 모하겠노? 진달래 구경갔다 배고파서 쇠고기 사묵겠지… 쇠고기 사묵으면 모하겠노. 힘좀 나는 듯 하면서 여름이 오겠지. 여름이 오면 모하겠노. 여름 넘긴다고 쇠고기 사묵겠지.. 쇠고기 사묵으면 뭐하겠노. 힘나는가 싶었는데 가을 오겠지. 가을오면 모하겠노. 단풍구경 다니다 배고파지겠지.. 배고파 지면 모하겠노? 어르신은 쇠고기 묵고 저는 막걸리 퍼마시겠지요. 아니지, 막걸리도 안주가 필요한데 일단 쇠고기 안주는 시켜야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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