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이게 나에 대한 사랑의 징표라고?
근데 사랑한다면서
무슨 사랑이 이렇게 따끔따끔해?
내가? 알맹이만 쏙 빼먹고
도망치려 하기 때문이라고?
—
사랑한다면 가을숲으로 가라.
그리고 단풍이 곱게든 나무를 하나 고르라.
만약 그게 은행나무라면
분명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어지럽게 떨어져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가 해야할 일은
그 어지러운 잎들을 하나둘 모아
그 잎에 사랑을 담는 것이다.
사랑할 때는
마음을 어지럽게 흩어놓아선 안되는 법.
그러니 흩어지는 마음을 모으듯 은행잎을 모으라.
그렇게 하나둘 은행잎을 모으다 보면
그 은행잎에 어느덧 사랑이 담긴다.
노란색이 너무 단조롭다 싶으면
붉은 색 단풍잎을 하나 얹어 작은 변화를 주시라.
물론 이렇게 하여 사랑을 얻을 수 있는지는 장담하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여 사랑을 얻었다.
나는 금반지대신 토끼풀꽃으로 반지를 엮고
그 꽃반지로 사랑을 얻었다.
꽃반지의 힘이라기보다
사람을 잘만난 덕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4 thoughts on “가을숲의 사랑”
가을숲에 사랑이 한창이군요.^^
마치 밤송이 사랑은 남자의 사랑 같고, 은행잎 사랑은 여자의 사랑 같아 보입니다.
밤송이 사랑은 따끔따끔하고.. 은행잎 사랑은 꼬리꼬리하고.. ㅋㅋ
아니 아니 그게 아니구요..
밤송이 사랑은 털털하고 숭숭하고, 은행잎 사랑은 럭셔리하고 푹신해요.^^
앗, 승환이.. 언제 여기 왔니.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