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이 왜 그렇게
그림자에 집착했는지 알 거 같았어.
생면부지의 사람들도
그림자만큼은 수스럼없이 뒤섞으며 지나가더군.
시간이 저녁으로 기울면서
건물들의 그림자가 길을 모두 뒤덮었고
사람들의 그림자는 이미 건물 그림자의 밑으로 지워진 상황이었지.
하지만 골목을 헤집고 들어온 저녁빛이
그 길의 사이사이에서 건물들의 그림자를 끊고
사람들의 그림자를 잠깐 동안 선명히 살려주고 있었지.
건물의 그림자에 묻혔던 자신들의 그림자가 선명하게 드러내는 순간,
사람들은 자기 그림자를 빛처럼 반짝이며
그 잠깐의 순간을 서로들 스쳐갔어.
대개의 사람들이 얼굴에서 표정을 지우고 묵묵히 걷고 있었지만
햇볕에 선명하게 경계를 드러낸 그림자들은
얼굴의 표정과 달리 서로를 따뜻하게 포옹하며 지나치고 있었지.
그림자의 포옹은 깊어
두 그림자가 포개져 있다 싶을 때는
어느 것이 누구의 그림자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지.
그때만큼은 두 그림자가 하나였지.
어쩌다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면
그들의 그림자가 서로를 품는 포옹의 시간도 그만큼 길어졌어.
살다보면 모두 외로움을 앓을 때가 있겠지.
하지만 외롭다고 지나는 사람을 아무나 붙잡고
그 외로움을 덜어달라고 할 수야 없겠지.
아마도 그런 날,
그림자를 끌고 사람들이 북적대는 거리를 한바퀴 돌고 나면
외로움이 많이 희석될지도 모르겠어.
무심한 듯 스쳐도 그림자는 수스럼없이 뒤섞이며
서로를 나누고 있으니 말이야.
그림자는 정말 놀라운 친화력을 가졌어.
사람을 가리지 않고 포옹을 하며 서로를 나누지.
그러니 그림자를 잃는다는 건
아마도 견디기 힘든 외로운 시간을 살아야 한다는 얘기이기도 했을 거야.
잃어버린 그림자를 찾으려 했다던 피터팬이 이해가 가더라구.
그림자 인연이란 어찌보면
살아가는 동안 우리들이 외로움을 견딜 수 있도록 해주는
최소한의 인연인지도 모르겠어.
기억은 안나지만 언젠가 만난 듯한 느낌이 든다면
그 희미한 기억의 밑바탕에 그림자 인연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어.
2 thoughts on “그림자와 인연”
참 골목안 풍경이 많은 것을 담고 있네요.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들
있지만, 묘하게 그림자로 엮여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내내 집안에 처박혀 있다가 카메라들고 어슬렁거렸더니 좋은 풍경이 많이 눈에 띄더군요.
어찌보면 한적한 시골서는 누리기 어려운 도시만의 풍경 같기는 합니다.
도시도 그러고 보면 그렇게 삭막한 것은 아닌 듯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