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나타난 것은 청계천 방향이었다.
건물들의 방에 빛이 환하게 채워진 밤이었다.
여자가 나타나자 화살표가 꼬리를 흔들며
자신을 따라 오라고 했다.
여자는 앞장선 화살표를 따라오는가 싶더니
화살표를 앞질러 종로 방향으로 사라졌다.
화살표는 더 이상 뒤를 따르지 않고
여자가 사라진 방향을
뾰족하게 곤두선 신경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꼬리를 흔들어 사람을 부르고
곤두선 신경으로 사람을 보내는 건
언제나 화살표의 운명이었다.
“한 여자가
빌딩들이 불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
청계천 방향에서 나타나
화살표쪽으로 걸어오더니
종로 방향으로 사라졌다.”
2 thoughts on “화살표와 여자”
한낮이었다면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채웠을, 다소 소란했을 풍경을
밤의 불빛들이 적막감으로 대신 채워주고 있군요.
남자분이 한분 지나갈 때는 그림이 안되더니
여자분이 한분 나타나니 그때 그림이 되더라구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