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와 안식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11월 5일 우리 집에서

가끔 모기가 한마리 집으로 들어온다.
여름이 모기의 계절이지만
여름에는 오히려 모기를 구경하기가 어렵고
겨울을 앞두고 있을 때나 초겨울에 집안에서 종종 마주하곤 한다.
사실 공손하게 구걸하면 그깟 핏방울 한모금 정도
얼마든지 나눠줄 수도 있다.
그런데 모기야 피 한모금 먹어보겠다고
결사적으로 덤벼드는 것이겠지만
우리 입장에선 이게 보통 신경을 건드리는 것이 아니다.
어떨 때는 눈앞에서 대놓고 덤빈다.
간이나 있겠나 싶을 정도로 작은 체구인데
그 작은 체구 속의 간마저 엄청나게 부어올랐나 싶어진다.
피 한방울쯤이나 얼마든지 나눠줄 수 있지만
모기가 긁어대는 신경 앞에선 마음의 자비를 챙길 수가 없다.
결국 모기에게 안식을 선물하고 만다.
내 손안에 모기의 안식이 있다.
철썩 안식이라고 불린다.
철썩 소리와 함께 모기에게는 안식이 찾아온다.
나도 평온해진다.
모기는 겨울없는 좋은 세상으로 갔을 것이다.
그래도 마지막 가는 길인데
모른 척 조금 먹여서 보낼 걸 그랬나…

2 thoughts on “모기와 안식

  1. 제1사인은 피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일어난 호모 사피엔스의 철썩 압력으로,
    제2사인은 계절 모른 채 룰루랄라하던 모스키토의 부주의한 깝죽거림으로
    판명되었습니다.

    1. 잘 때 가만히 와서 쥐도새도 모르게 헌혈을 받아가는 것이 아니라 어찌나 겁이 없는지 이건 뭐 일하고 있는데 대놓고 눈앞에서 덤벼듭니다. 문열어서 냉기를 들이면 그때부터 잘 날지도 못하면서 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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